2026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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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질주하는 인공지능 앞에 멈춰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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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AI로 쓰면 돼!” 올해 초 새로운 일을 맡으면서 낯선 문서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는 나에게 동료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내용을 꼼꼼하게 보는 것은 아니라며 AI를 이용해 써보라는 거다. AI 프로그램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넣으니 금방 글이 만들어졌다. 내 글이 맞춤법뿐 아니라 비문이 다듬어져 순식간에 정리되는 걸 보니, 생각도 무디고 손가락도 무뎌서 글 하나 쓸 때 끙끙대는 나의 노력이 무색해졌다. 단 완성된 글이 너무 ‘매끈’하다 보니 ‘내 글’이 아니구나 싶고, 고민하면서 쓴 글도 아니고, 읽으며 고민하는 글도 아니면 이 글은 누구를 위한 글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한 번 AI를 이용해 글을 고치니 그 다음부터는 내 글들을 자꾸 그 안에 넣어 다듬고 확인하고 싶어졌다. 과연 이 글은 괜찮은 걸까 하는 의심이 자라나는 거다. ‘검색 엔진에서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AI가 아닌 이상 내 손으로 AI를 쓰는 일은 없으리라’고 다짐했던 마음이 무색해졌다. AI를 이용한 이미지 생성엔 시큰둥했던 나도 어쩔 수 없이 AI 기술에 올라타는 건가 자괴감이 들었다.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담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10㎿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시설을 지을 때 해당 지역 전력망이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검사하는 절차를 비수도권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경우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다.

법안을 추진한 쪽에서는 기업이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용이해지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당연히 환영하면서도 송전선로도 확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게다가 기존에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에 한해 전기를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할 수 있었는데, 이번 법은 데이터센터에 한해서 LNG 발전 전기도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시작은 LNG이지만, 이미 한쪽에서는 핵발전을 이용한 전력거래도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전교구 내 성당들의 전체 전력량을 10㎿로 설정한 걸 생각할 때, AI 데이터센터 전력량은 대략 100㎿로 본다. 이러한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에 이렇게까지 지어야만 하는가. 게다가 송전선로를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송전설비를 짓겠다는 것일까. 그리고 이제 막 4대강 재자연화를 하겠노라 했는데, 데이터센터를 위한 물은 어디서 끌어올 수 있는 걸까. AI 기술에 대한 윤리적인 논쟁을 차치하고도 지금보다 더 많은 물과 전기가 필요한 AI 강국을 위해 우리는 희생할 만한 기반이 있기는 한 걸까. 이 기술로 우리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걸까.

상황이 이러하니 ‘탄소중립을 위해 이메일을 지우고 있다’는 성실한 신자들을 만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조차도 한 번 AI 엔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고민하는 마당에 말이다.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원하지 않아도 AI 기술이 스며든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수동적이든 적극적이든 그 기술과 손잡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AI 강국으로의 거침없는 질주가 공동선을 위한 것인지 특정 기업과 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가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달려가는 AI 기술의 뒤꽁무니를 쫓으면서 편리함의 한 조각을 누리는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기술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함께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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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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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6.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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