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님의 아프리카 방문 관련 뉴스가 요즘 모바일 피드에 자주 뜬다. 전통 의상을 입고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성가를 부르는 신자들 모습이 눈길을 끈다. 모국어와 토착 리듬으로 찬송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우리에게도 국악 성가가 있다. 내가 국악 성가를 처음 접한 것은 십여 년 전이다. 이사를 하여 새 성당에 처음 나갔는데, 마침 국악 미사 시간이었다. 전통 곡조와 가락의 성가는 신선한 충격과 감동, 오랜 여운을 주었다. 그때부터 국악 미사 전례에 꼬박꼬박 참례했고, 국악 성가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집에 갔는데, 엄마의 유품인 장구와 꽹과리가 눈에 들어왔다. 농사를 지으며 초등학교에서 열린 풍물 교실에 꾸준히 다니셨던 엄마였다. 주인 잃은 악기가 방치된 것이 안타까워 집으로 들고 왔다. 장구 연주법을 배워, 장구 반주를 곁들여 국악 성가를 불러봐야지 생각했다.
나는 곧바로 동네 생활문화센터에 등록해 장구와 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다. ‘궁·따·덩’ 같은 기초를 익히며 쉬운 민요를 배웠는데, 어렵지만 재미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장구 실력은 꽤 늘었으나 성가 반주는 불가능했다. 국악 성가 책이 서양 악보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아이가 모두 외국에서 살게 되자 남편과 나는 경기도로 이사했다. 자연을 흠뻑 누리며 모든 면에서 만족했지만, 국악 미사를 드릴 수 없어 좀 아쉬웠다. 그러던 중 주보에서 국악 성가 특강 소식을 발견하고 얼른 신청했다. 왕복 두 시간 버스를 타고 수원까지 오가며 국악 성가 몇 곡을 제대로 배웠다. 장구 반주 정간보도 비로소 구했지만, 독학은 쉽지 않았다.
그즈음 의정부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례하게 되었다. 과거 북한에 있었던 성당들의 외형과 내부를 바탕으로 만든 성당이었다. 제대 뒤쪽에는 예수님과 남북한 순교자들의 모자이크가 있었는데, 남북한 작가들의 합작품이었다. 그 공간에서 국악 미사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마음이 내내 뜨거웠다. 어떤 형식의 미사도 다 좋지만, 우리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님께 진심을 드리는 데 국악 미사는 더 큰 은총을 선사했다.
몇 년 뒤 또 한 번 가슴 뭉클한 일이 있었다. 당시 베를린에 살던 딸을 방문했을 때였다. 주일이 되어 구글 지도를 보며 혼자 한인 성당을 찾아갔다. 마침 추석이라 성당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많았다. 놀랍게도 국악 미사가 봉헌되었고, 독일어 자막도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미사 후에는 한가위 음식 나눔이 이어져, 그 자리에 끼어 함께 식사하고 딸에게 줄 송편도 몇 개 얻어왔다. 여러 나라의 훌륭한 성당들을 보고 현지 미사에도 참례해 보았지만, 이역만리에서 우리다움을 오롯이 지켜가는 공동체 미사만큼 소중하고 감동적인 경험은 없었다.
남북 관계는 후퇴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반도에 언제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는 알 수 없다. 평화를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으며, 남북 교류와 통일을 대비한 준비도 꾸준히 해야 한다. 국악 미사를 더욱 장려하고 성가와 반주 강좌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편이라 생각한다. 민족의 전통 가락과 악기로 남북 주민이 함께 미사를 드릴 때, 마음이 더 깊게 활짝 열릴 것 같다.
지역마다 생태가 다르기에 지구는 더 신비롭고 아름답다. 각 땅에서 태어난 다양한 토착 성가들이 하느님께도 사랑스럽게 들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