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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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립준비청년… 홀로서기 아닌 ‘함께 서기’ 절실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자립준비청년의 빈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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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상실-‘쓰레기 집’에 갇힌 청춘
2 회복-회복의 여정 ‘공동체적 자립’
3 동행-‘나를 믿어주는 어른 한 명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청년들이 독립하는 평균 나이는 30.6세.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자란 청년들도 만 19세부터 혼자 독립할 수 있는 사회인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부모라는 울타리가 있어도 자립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가톨릭평화신문은 홀로서기를 마주한 ‘6인의 자립준비청년’을 만났다. 이들은 국가와 기업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연착륙하는 상위 30와,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빠져 ‘쓰레기 집’에 고립되는 하위 40로 극명하게 나뉘어 분포되어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의 빈칸을 집중 조명했다.

 

아동양육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준비 없이 사회에 나오는 일은 밀림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 도미니코 사비오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홀로 사회로 내몰린 청춘들

“사람이 무너지는 건 정말 한순간이더라고요. 제가 쓰레기 집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느 순간 눈 떠보니 쓰레기 집에 살고 있더라고요. 시설에 살 때는 깔끔하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났었거든요. 변명이지만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사 박일우(알로이시오)씨로부터 최 도미니코 사비오(24)씨의 집 사진을 건네받았다. 박씨는 지난해 1년간 청소년행복재단에서 쓰레기 집에 거주하는 취약 계층 청년들의 사례 관리를 맡아온 활동가다. 최씨는 그가 시설에서 근무할 당시 직접 돌봤던 아이였다. 사진 속 풍경은 처참했다. 먹다 남은 배달 음식 용기에는 나무젓가락이 그대로 꽂혀 있고, 바닥은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빈 맥주 페트병들로 가득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쓰레기부터 보였어요. 치워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차피 치워도 다시 더러워질 텐데’ 싶어 포기했어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쓰레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였습니다.”

최씨는 태어나자마자 수도회가 운영하는 부산의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다 8살 때 서울에 있는 시설로 옮겨와 자립 전까지 머물렀다. 그는 “2021년 퇴소 후 아르바이트와 마트 근무를 하고, 대학생활도 해봤지만,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큰 상처가 됐다”며 “그간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왜 여전히 제자리일까 하는 회의감이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혔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무언가를 하는 것도 싫어지더라고요. 매일 배달 음식만 시켰고 맥주가 떨어졌을 때만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용기도, 의욕도 없었습니다.”

SNS에 올라온 또래들 모습은 그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았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들 잘 먹고 잘 살며 여행 다니는 모습뿐이라 제 처지와 비교가 되더라고요. 자괴감이 들었죠. 집에 쓰레기가 쌓일수록 ‘나는 혼자’라는 생각이 유독 강해졌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와도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고, 항상 식사를 혼자 하고 모든 게 혼자인 일상이 익숙하면서도 외로웠습니다.”

 
최 도미니코 사비오씨가 지난해 쓰레기 집에서 살던 당시의 모습.


그에겐 곁을 지켜줄 어른의 부재가 컸다. 최씨는 “주변에 어른이라도 있었다면 잔소리를 하시거나 치워주기도 하셨을 텐데, 혼자서는 무기력하게 방치될 뿐이었다”고 했다.

친구가 여러 번 찾아와 “병원에 가야 한다”며 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한 번도 열어주지 않았다. 친구가 돌아가겠다고 한 후에야 뒤늦게 문을 열어보는 정도였다.

최씨가 ‘구조 요청’을 결심한 건 박일우 사회복지사와의 영상통화 때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처참한 집 내부를 보이게 된 최씨는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결국 먼저 도움을 청했다. 그제야 집을 메웠던 쓰레기들이 밖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2024년 말부터 6개월간 쓰레기 집에서 은둔했던 최씨는 현재 청소년정신센터를 매일 방문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그는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 밖으로 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수당이 채워주지 못하는 심리적 고립감

해마다 보호 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자립준비청년은 연간 2500여 명(보건복지부, 2025)에 달한다. 청소년 쉼터 등을 이용하는 가정 밖 청소년까지 합산하면 약 2만 명이 자립의 문턱에 선다. 정부의 자립수당 인상 등 지원 확대에도, 자립준비청년의 기초생활수급 경험률은 여전히 40를 상회해 일반 청년층과 격차가 뚜렷한 게 현실이다. 부모의 지지 체계가 부재한 이들에게 자립은 단순한 독립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가혹한 과제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자립준비청년은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유년기 겪은 아동 학대나 가정폭력의 목격, 부모의 사망 등 부정적 경험이 깊은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보호연장청년 및 자립준비청년 58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립지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중 18.3가 최근 1년 동안 심각하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초기 청년(19~24세) 및 전체 청년(19~34세)의 답변율인 2.4와 비교하면 7.6배나 높은 수치다.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5에 달했다. 이 역시 전체 청년(10.5)의 4.4배 다.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한 주된 이유로는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30.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경제 문제(28.7), 가정생활 문제(12.3), 학업·취업 문제(7.3)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자살 생각이 들 때 가장 필요한 도움으로 친구나 멘토(30.3)를 1순위로 꼽았으며, 운동·취미 등 지원(24.7), 심리상담 지원(11)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회복지사이자 비영리단체 ‘벗들의 벗’을 운영하는 박일우씨는 “이들 중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한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며 “문제 원인이 복합적이기에 단순히 개인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시설에서 퇴소할 때 ‘나는 혼자야’라는 생각보다 느슨하게라도 누군가와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설에서 생활한 아이들은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관계를 지속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원 사업, 일시적 지원에만 집중돼

또 박씨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나 일시적 지원에만 집중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아이들의 삶은 짧은 순간에 바뀌지 않는다”며 “지원 사업이 아이들과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고 유지해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장에서는 금전 지원보다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 관장 송원섭(인천교구) 신부는 “정착금을 계획적으로 모으는 청년은 상위 30에 불과하며, 하위 40는 6개월 안에 정착금을 예외 없이 다 소진한다”고 밝혔다. 송 신부는 “돈만 준다고 자립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원금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자립은 돈보다 청년들 곁에 동반해 줄 어른이 있느냐 없느냐의 환경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종사이버대학교 아동학과 조규필 교수가 개발한 ‘청소년 자립준비 사정도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에 필요한 요소를 9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자립의지 △주거관리 △직업역량 △경제 관리 △자기보호 △학업관리 △자원활용 △일상생활 관리 △사회적 기술 등이다. 경제적 독립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게 특징이다. 9가지 영역 중 가장 큰 가중치를 차지하는 자립의지 영역은 성공적 자립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자립의지 영역은 구체적인 인생 목표와 동기, 이를 뒷받침하는 실천 노력을 포함한다.

조 교수는 이들이 마주한 현실을 ‘무방비 상태로 밀림에 던져진 상황’에 비유했다. 조 교수는 “보호 시설을 떠나 자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밀림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면서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자립준비청년들은 부모와 가족이라는 기본 지지체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 선생님이나 시설 종사자 등 자신을 지지해주는 ‘의미 있는 타자’ 한 명만 있어도 아이들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지지자들의 존재로 응원을 받으면서 자립의지를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이정민 기자 jojo@cpbc.co.kr




“어디서 퇴소했나?” 출신 시설 따라 갈리는 ‘자립 지원금’

지역 시설 출신 따라 정착금 2배 차이
가정 밖 청소년 사각지대 해소 과제



아동복지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정부는 이들의 필요에 의해 맞춰 나름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자립준비청년들은 경제적 지원부터 주거 및 의료, 심리상담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의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현금성 지원의 확대다.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의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최대 5년간 월 50만 원의 자립수당이 지급된다. 사회 진출 초기비용인 자립정착금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1000만 원 이상 지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거주 지역에 따른 지원 격차는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서울은 정착금 2000만 원을 지급하지만, 대전·경기·제주 등은 1500만 원, 부산은 1200만 원이며, 이외 지역은 1000만 원 선이다. 어느 지역 시설 출신이냐에 따라 자립 시작점의 자산이 2배까지 차이 나는 것이다. 아동기부터 저축한 금액의 2배를 월 10만 원 한도로 국가가 매칭해주는 디딤씨앗통장도 있다.

자립준비청년은 본인 부담 없이 정서적 자립을 위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선배 자립준비청년들로 구성된 ‘바람개비 서포터즈’는 멘토링과 자조모임을 통해 유대감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자립’이 필요한 청년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차별’이 존재한다. 흔히 가출 후 쉼터에서 생활하면 모두 자립준비청년이 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현행 제도상 24세 미만 가정 밖 청소년은 자립준비청년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자립준비청년 인정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은 ‘가출 여부’나 ‘쉼터 생활 여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소관 「아동복지법」 상 보호대상아동으로 분류돼 정식 ‘보호 종료’ 절차를 거쳤느냐에 달려 있다. 단적인 예로 자립준비청년 여부는 국가의 보호 체계에 포함됐는지에 따라 갈린다.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이나 ‘가정위탁’ 등에서 보호받다가 보호가 종료된 경우엔 자립준비청년이 되지만, 학대나 가출로 쉼터를 이용했더라도 이 체계에 포함되지 않으면 가정 밖 청소년으로 남는다.

따라서 성평등가족부 소관인 「청소년복지지원법」의 적용을 받는 청소년쉼터나 자립지원관에서 생활한 가정 밖 청소년들은 법령상 ‘보호 종료’ 개념이 없어 더 엄격한 기준 아래 성평등부가 지급하는 자립수당을 받고 있다. 3년 동안 2년 이상 쉼터나 자립지원관에서 보호를 받은 이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가정에서 나와 부모와 연이 끊어진 지 오래된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나온다. 부모 재산으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자립준비청년이나 가정 밖 청소년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출발선이 갈린다.

다만 쉼터에 머물던 청소년이라도 ‘전환 보호’를 통해 아동양육시설이나 가정위탁 등 아동복지법상 보호 체계로 편입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법적 지위가 ‘보호대상아동’으로 전환돼 퇴소 시 자립준비청년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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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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