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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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따뜻한 밥 한끼 뒤의 숨찬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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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부부의 날이 이어지는 이 계절이면 우리는 자연스레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밥 한 끼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된다. 특별한 날이면 고기를 굽고 튀기며 더 풍성한 식탁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따뜻하고 맛있는 밥상 뒤의 또 다른 현실을 오랫동안 외면해왔다. 바로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리매연’의 문제다.

단체 급식실이나 음식점 앞을 지날 때면 익숙한 냄새가 먼저 다가온다. 뜨거운 국물의 김, 기름에 볶아지는 고소한 냄새,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 우리는 그것을 정겨운 생활의 풍경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공기는 하루 종일 들이마셔야 하는 노동 환경이다. 특히 고기를 굽거나 튀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증기와 초미세입자는 단순한 생활 냄새와는 다르다. 뜨거운 공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조리노동은 결국 사람의 폐와 건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요리매연의 위험성을 본격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계기는 2021년 학교 급식종사자들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되면서부터였다. 이후 급식노동자의 호흡기 질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과 노동환경 안전대책 마련 요구도 이어졌다. 그동안 ‘밥 냄새’ 정도로만 여겨졌던 공기가 사실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가 뒤늦게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요리매연을 생활 주변 미세먼지 발생원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일부 광역지자체에서는 특히 고깃집 등 요리매연 배출이 많은 음식점을 대상으로 저감장치 설치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설치비와 유지관리 비용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생계가 우선인 현실 속에서 환경설비 개선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과제가 된다. 결국 지원 예산은 충분하지 않고, 제도는 권고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정작 가정 내 조리환경에 대한 소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시민은 공기청정기만 켜두면 실내 공기가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증기와 초미세먼지는 일반적인 생활 먼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경유 자동차에 매연저감장치 DPF가 필요하듯, 가정에서도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환기체계가 중요하다.

일반 가정에서는 조리를 시작하기 전부터 후드를 켜고 조리 후에도 충분히 가동하는 ‘선(先) 가동 후(後) 종료’ 습관과 함께, 창문을 열어 맞통풍을 시키는 자연환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조리 습관을 바꾸어 굽거나 튀기는 요리 대신 찌거나 삶는 조리법을 선택하면 요리매연 발생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과 적용도 필요하지만,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단연코 훨씬 중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미세먼지를,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을, 교육부는 학교 급식을, 국토교통부는 건축과 환기설비 기준을 담당한다. 위험은 하나인데 대응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가정 내 조리환경의 안전기준과 건축설비 기준이 시민 건강보호 수준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따뜻한 밥 한 끼를 위해 누군가는 오늘도 뜨거운 공기 속에서 숨찬 노동을 이어간다. 요리매연의 발암 위험성은 이미 알려졌지만, 보호의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정책의 지연을 행정절차와 예산 부족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사람의 건강과 폐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생명을 우선하는 정책의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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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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