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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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당신은 ‘피난처’가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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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제작


“여러분은 ‘피난처’가 있으십니까?”

저는 출입처가 바뀔 때마다 ‘피난처’를 찾습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조세 피난처’가 떠오를 수 있겠지만, 제가 찾는 것은 말 그대로의 피난처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피난처(避難處) : 1. 재난을 피하여 거처하는 곳. 2. 근심, 고통, 위험 따위로부터 피할 수 있는 장소나 대상.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근심과 고통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특히 사람으로 인한 문제는 수시로 생겨납니다. 취재원과의 마찰, 선후배 간 갈등이 종종 현장에서 불거지곤 합니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지만, 다음 달 청구될 카드값을 생각하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러지도 못합니다.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자리를 지키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야 비로소 긴 한숨을 내쉬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출입처와 본사 근처에서 잠시 몸 하나 숨길 피난처를 찾습니다.

이쯤 되면 제 피난처가 궁금하실 텐데요. 바로 성당입니다. 지치고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 잠시 숨돌릴 수 있고, 세상의 시선을 벗어나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 거창한 기도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주님 앞에 오늘 하루를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게 성당은 그런 곳, 주님 계신 곳입니다.

다행히 제가 근무해온 곳 주변에서는 피난처를 찾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회부에서 서울 종로·중부 라인을 담당하던 시절에는 명동대성당이 출입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정치부로 옮겨 국회를 출입할 때에는 국회의사당 지하 1층 경당에서 일주일에 한 번 미사가 봉헌됐습니다. ‘성당이 집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우였습니다. 피난처뿐 아니라 든든한 인연도 얻었습니다. 국회 사무처 직원과 보좌진, 기자들이 신앙을 나누는 모임 ‘국회 다산회’입니다. 사회부로 자리를 옮긴 지금도 그 인연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출입처를 경찰청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피난처 찾기에 나섰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경찰청 근처에는 성당뿐 아니라 성지도 있었습니다.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서울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가 있습니다. 103위 성인을 포함한 수많은 순교자가 신앙을 증거한 자리입니다. 성지 내 성 정하상 바오로 경당에서 조용히 손을 모으면 흐트러졌던 마음이 가라앉고, 부끄럽지만 마음 한 켠이 홀가분해집니다. 그 고요함은 다시 걸어갈 힘을 줍니다.

서소문 성지에서 고개를 돌리면 중림동약현성당이 나옵니다. 내부 개방이 잦지는 않지만, 열려 있는 날이면 제대 뒤편 스테인드글라스가 햇살을 받아 뿜어내는 빛에 저절로 마음이 치유됩니다. 문이 닫혀 있더라도 십자가의 길 14처를 천천히 걸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합니다. 발걸음마다 주님 수난을 묵상하다 보면, 제 고단함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저는 가톨릭 성가 ‘주 날개 밑’ 가사를 유독 좋아합니다. “슬픈 맘 세상은 위로 못 하나 거기서 안위와 복 얻도다 / 주 날개 밑 즐겁도다~♬”(「가톨릭 성가」 436번 ‘주 날개 밑’ 중에서)

가까운 곳에 기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입니다. 아직 나만의 피난처를 찾지 못하셨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성당 문을 한번 두드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주님께서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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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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