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대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전쟁이 아니다. 바로 ‘마음의 편지’다. 요즘 사람들은 불편한 것을 참지 않는다. 부대 내에서 이야기하면서 해결하면 좋은데 참지 않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국방부나 국민신문고에 신고해 간부들이 난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거의 다 조치를 해 줘야만 다른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군종신부로 5년간 사목하며 그 민원들을 해결해 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무리 어르신이라도 불편한 것, 원하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뭐 좀 여쭤보게 미사 끝나고 남아봐요”라고 하면 “나락(모) 심어야 되는디⋯” “두릅 따야 된당게요~”라고 말하며 저마다 본당에서 운영하는 차를 타려고 정신이 없으시다. 전화해서 물어봐도 “풀 매는디요” “블루베리 물 주느라 바쁘당게~”라고 말씀하셔서 길게 통화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성당에 오시라 하면 못 오신다고 하니 내가 간다!’
가정 방문 겸 농촌 체험의 시작이었다. 찾아가서 직접 복분자를 따고, 콩밭에 물도 주고 신자들이 무엇을 하며 사는지 함께하면서 “성당에 바라는 거 있어요?” 하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80세대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이런 집, 저런 농장, 요런 가게를 방문했다. 비포장 도로도 있어 군대에서 운전하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마치 세 번째 입대를 한 것 같이⋯.
신자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해 주기로 다짐했다. 직접 찾아다니면서 물어보니 다들 품고 있던 건의사항을 많이 듣게 되었다. 잘 기록해 뒀다가 사목회의를 통해 하나씩 해결하면 될 듯하다. 먼저 평일 미사 시간을 저녁으로 옮기기로 했다. 수요일은 본당에서, 목요일은 공소에서. 이렇게 하나씩 바꾸는 중이다. 그랬더니 이제는 신자들이 먼저 물어보신다.
“신부님 뭐해요? 빨랑 내 밭으로 와봐요. 이거 좀 해 주면 좋겄는디⋯” 그럼 나도 군대 5분대기조처럼 바로 출동이다. 새참 하나 챙겨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