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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의 시사진단] 임산부와 태중 아기를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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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타협할 수 없는 절대 가치이며, 그 출발점은 바로 수정된 순간 태아의 ‘생명’에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정부 주도의 낙태약 도입 시도와 임신 전 기간에 걸친 낙태 허용 논의라는 심각한 위기 앞에서 생명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의 생명운동은 1970~1980년대 강압적인 산아제한 정책의 그늘 아래 낙태의 위험성을 알리고, 세상에서 가장 약한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외롭게 시작되었다.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펼쳐진 이 운동은 단순한 낙태 반대를 넘어, 미혼모 지원과 생명 존중 문화 확산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사랑의 실천으로 확장돼 왔다. 우리의 생명운동사는 곧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장 작은 이들을 대변해 온 헌신의 기록이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40 Days for Life)’ 캠페인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2004년 미국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이어진 이 운동은 정죄나 비난 대신 침묵 기도와 금식, 거리에서의 평화로운 지향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각성시키는 ‘침묵의 혁명’이다.

국내에서는 2021년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를 중심으로 개신교와 시민단체가 연대해 홍대입구역에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캠페인 첫해, 프로라이프 대학생들과 함께 섰던 홍대 거리의 얼얼한 찬바람이 아직도 생생하다. 매년 9월이면 전 세계 1000여 개 도시와 뜻을 함께하며 시작되는 이 기도의 물결은 현재 서울 명동대성당 들머리를 거점으로 평화적인 범사회 운동으로 확산해가고 있다. 평화로운 침묵 기도와 피케팅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원치 않는 임신이나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가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구호 활동이자 사회적 안전망을 촉구하는 간절한 목소리다.

무엇보다 길거리 기도로 생명 수호에 나선 청년들의 고백은 우리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처음에는 거리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색하고 두려웠다”고 털어놓은 이들은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한다. “낙태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라는 것, 그리고 내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마음에 태아 생명에 대한 작은 씨앗을 심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래의 간호사를 꿈꾸는 한 학생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깊이 깨달았다”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에 생명을 지키는 힘겨운 여정을 계속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원치 않는 임신이라고 해서,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낙태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주변의 시선과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태아를 포기하는 비극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한 청년의 나지막한 기도 제목처럼 이 캠페인의 본질은 비난이 아닌 ‘우리는 당신과 당신 아기의 생명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따뜻한 포용이다.

생명은 법의 판결이나 사회적 편의, 혹은 시대 흐름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없다. 태아 역시 독립된 생명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천부적 권리가 있다. 생명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낙태를 막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모든 태아가 환영받고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세대에 주어진 가장 숭고한 책무다.

매해 청년들과 거리에서 기도하며 우리와 함께하시는 선하신 하느님의 손길을 느낀다. 스스로 생명을 지키는 일의 값진 가치를 깨달아 가는 청년들을 보며, 이들과 함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거리 위에서 평화롭게 피켓을 들었던 청년들의 진심 어린 기도가 우리 사회 전체를 생명의 온기로 채우는 귀한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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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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