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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우산을 받쳐줄 사람이 아닌 같이 비를 맞고 걸어가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갖고 있는 우산을 접어버리고 그들과 함께 비를 맞는 이들, 바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이강서 신부) 사람들이다. 빈민사목위의 도움으로 5월 27일 서울지역 대표적 비닐하우스촌인 송파화훼마을과 뚝방마을, 구룡마을을 방문해 서울시민이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 2006년 화재 이후 새로 지은 서울 송파화훼마을 비닐하우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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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화훼마을
2006년 말 대형화재를 겪은 송파화훼마을. 화재 후 비닐하우스들을 새로 지어 비교적 깨끗해 보였지만, 정부는 도로변의 이 마을이 주변경관을 훼손한다며 길에서 마을이 보이지 않도록 뱅뱅 둘러 담을 치고 담에다 그림을 그렸다.
담을 돌아 마을에 들어가니 같은 크기의 비닐하우스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화재의 아픔을 잊지 않으려는 듯 집집마다 소화기들이 비치돼 있고 화재예방 스티커가 출입문과 창문 등 곳곳에 붙어 있다.
"소용없어요. 불나면 30분이면 다 타는 걸요."
김용철(68)씨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간 화재 당시를 떠올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2년 전 화재 당시, 검은 비닐과 나무 합판으로 지은 비닐하우스들은 불길이 일자 30분도 안 돼서 다 사라져버렸다. 비닐하우스 한 동에 네 가구가 사는데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에 불은 20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을 삽시간에 태워버렸다.
김씨는 서울 용산에서 천막장사를 하다 실패해 1987년 이곳에 왔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아파 몇 년째 고생하고 있는 김씨는 이사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한다. 얼마 전 장지동의 72.7㎡짜리 국민임대아파트에 당첨됐지만 아파트 관리비를 낼 수 없어 포기했다. 김씨는 요즘 캔이나 플라스틱병 등 고물을 주워다 한두 달에 한 번 고물상에 팔아 버는 만 원 남짓한 돈으로 담뱃값이나 하며 산다고 했다.
집집마다 눈에 띄는 것은 LPG통. LPG는 취사 뿐만 아니라 난방에도 쓰인다. 한겨울에는 20㎏짜리 1통을 나흘이면 다 쓴다. 1통에 3만2000원 하는 가스료 때문에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집이 늘고 있다.

▲ 박순석 서초 평화의 집 선교사(오른쪽)가 송파화훼마을 김용철씨를 방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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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마을
240여 가구가 사는 뚝방마을은 지금 철거 중이다. 정부는 이곳에 임대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이곳에서 11년을 살아온 박종연(90)ㆍ김판례(89)씨 부부도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 여름이면 찌는 듯한 더위에 파리, 모기 등이 들끓는데다 겨울이면 너무 추워 고생스럽지만 부부는 익숙해진 이 집을 떠나는 게 아쉽기만 하다.
전라북도 고창에서 농사 짓던 박씨는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11년 전 서울로 올라왔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들은 아버지를 비닐하우스에 모셨다. 노부부는 훗날 임대아파트가 지어지면 그곳에서 살 수 있지만 결정권은 아들에게 있다. 치매인 김씨와 호흡기 질병으로 지난해 수술을 한 박씨는 아파트 관리비를 댈 수 없기 때문이다.
1주일에 두세 번 이들을 방문하는 박순석(요한) 서초 평화의 집 선교사는 이들에게 쌀과 반찬 등 먹을거리를 가져다주고 가정간호사를 연결, 건강상태를 돌보게 한다. 하지만 그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외롭고 소외된 그들의 벗이 되어주는 것이다.
"전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돼요. 그분들은 `사람`이 그리운 거 거든요."

▲ 박종연(왼쪽), 김판례씨 부부에게 비닐하우스는 좁고 덥지만 편안한 공간이다.
하지만 개발 때문에 부부는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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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비닐하우스촌에 사는 사람들은 제각각 다 사연이 있다. 집이 강제철거 당해서, 사업이 망해서, 신용불량자가 돼서…. 하지만 개발 되면 땅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투기를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멀리 한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아파트 타워팰리스가 바라다보이는 구룡마을도 마찬가지다. 이 마을엔 자치회가 두 개 있다. 두 자치회는 이권을 놓고 항상 싸우기 바쁘다.
1800여 가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