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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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재선 주교 빈소ㆍ장례식 이모저모

평소 삶처럼…장례식도 검소하게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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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자가 떠나던 그날 하늘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듯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5일 주교좌 남천성당에서 엄수된 초대 부산교구장 고 최재선 주교 장례미사는 일생을 청빈하게 살다간 `검소한 목자`의 고결한 삶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모두 검은색 리본을 달고, 고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슬픔을 함께 하면서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간절히 기원했다.
 

 
▲ 남천동성당에서 장례식을 마친 후 부산교구 사제단이 고 최재선 주교의 영정과 관을 영구차로 운구하고 있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한국 주교단 20명 참석

 ○…이날 장례미사는 오전 10시 30분 입관예절에 이어 최 주교의 영정을 선두로 사제단과 주교단이 2층 대성당에 입장하면서 시작. 제단에는 주례자인 교구장 황철수 주교를 비롯해 정진석 추기경과 전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를 비롯한 20명의 한국 주교단이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황철수 주교는 "최 주교님은 생전에 성모님께 대한 깊은 신심과 강건한 믿음으로 우리 교구의 초석을 놓았으며, 자신에겐 엄격하면서도 교회를 열렬히 아끼셨던 분"이라고 회고. 이어 "제가 주교 임명을 받고 인사드리러 갔을 때, 최 주교님께서 `이제 기도 많이 해야겠다`고 하시며 그 자리에서 저와 함께 묵주기도 5단을 바치셨다"는 일화를 공개해 슬픔에 잠겨 있던 조문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사제단을 대표해 나온 교구 총대리 이영묵 몬시뇰은 "주교님은 한 손에는 묵주를 들고, 한 손에는 호미를 들고 거친 포도밭을 일구신 목자셨다"며 "성모님을 극진히 섬기며 살다간 그분의 믿음의 발자취를 따르며 살자"고 당부.

"주교님, 잘 가이소"
 
 ○…장례미사 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고별식이 진행되는 동안 신자석 여기저기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장례 미사 후 성당 마당에 모인 신자들은 양산 교구 공원묘지 성직자 묘역으로 떠나는 운구차에 손을 흔들며 "주교님, 잘 가이소" "편히 잠드소"라고 작별 인사. 오후 2시께 운구행렬이 장지에 도착하자 황철수 주교는 이갑수ㆍ정명조 주교 묘소 옆에 마련한 최 주교 무덤을 축복하고 성수를 뿌리면서 하관예절을 거행했다.
 최 주교가 설립하고 교구장 은퇴 이후 함께 생활해온 한국외방선교 수녀회 수녀들을 비롯해 장지까지 따라온 유가족과 신자들은 무덤 주위에 둘러서 고인의 유해가 차가운 땅 속에 묻히는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오열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주교좌 남천성당과 울산 월평성당에 마련된 최 주교 빈소에는 선종 소식이 전해진 3일 저녁부터 장례미사 당일까지 부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한 평생 착한 목자로 살아온 고인을 추모하는 신자들의 조문 행렬이 물밀듯이 이어졌다.
 교구는 고인의 시신을 유리관에 모셔 남천성당 빈소에서 일반에 공개했는데 조문객들은 "주교님 얼굴이 마치 성모님 품에 안기신 것처럼 너무나 평화롭다"고 감탄했다.
 교구민들은 "지난해 주교수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았던 최 주교가 워낙 정정해 백수(白壽)까지도 거뜬히 넘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사제수품 70주년을 불과 일주일 남기고 선종해 너무나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임종을 지켜 본 한국외방선교수녀회 총원장 박미애 수녀는 "달리 유언은 남기지 않으셨으나 임종 며칠 전부터 우리 수녀들에게 `열심히 살아라, 착한 수녀 되라, 양심껏 살아라`고 거듭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교구 평협 홍보분과장 최재석(사도요한)씨는 "감기에 걸려 콧물을 훌쩍이면서도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도 켜지 않으시고, 한 번 쓴 휴지도 그냥 버리지 않고 몇 번이나 다시 접어 콧물을 닦으실 정도로 검소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조화ㆍ조의금 모두 사절
 
 ○…불과 일 년 전인 지난해 6월 1일, 전임 교구장 정명조 주교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부산교구는 3일 오후 8시 긴급히 장례위원회를 소집, 장례 절차를 빈틈없이 준비. 교구 평협은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조문객들 염원을 고려해 5일장 또는 4일장으로 치르자고 건의했으나, 교구장 황철수 주교가 "청빈하게 살다 가신 최 주교님 뜻에 누가 되지 않게 장례는 정성을 다하면서도 검소하게 3일장으로 치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구는 "내 관에는 일체의 꽃장식도 하지 말라"고 한 최 주교 유언에 따라 조화(弔花)와 조의금을 모두 사절하고, 전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이 보낸 조화 2개와 자체적으로 준비한 교구 사제단 및 교구민 명의 조화만 유해 양 옆에 놓았다.
 교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 선종하신 정명조 주교 장례 때도 그랬듯이 장례식을 검소하게 치르는 것이 우리 교구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전상해 명예기자 jsh@


 
▲ 남천동성당 소성전에 안치된 최재선 주교의 유해 및 영정 앞에서 고개 숙여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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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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