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생명윤리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목자 관심’이 중요하고, 생명운동 단기 과제는 ‘정부 낙태죄 관련 입법안 저지’다. 11월 14일 열린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2020년 정기 학술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천주교회와 생명문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관련 발제와 논평,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에는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 등 소수만 참석했고,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위해 세미나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이날 ‘한국천주교회 생명윤리 교육의 현황과 방향에 관한 고찰’에 대해 발제한 청주 성모병원 관리부장 이준연 신부는 교회 생명윤리 교육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로 ‘사목자 관심 부족’을 꼽았다. 전국 16개 교구 생명윤리 교육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자들이 ‘사목자 관심 부족’을 생명윤리 교육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신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규모 등의 이유로 답변이 어렵다고 밝힌 2개 교구를 제외한 14개 교구에서 생명윤리 교육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사제·성인·청년·초등부·중고등부 등 전 대상에 걸쳐 ‘사목자 관심 부족’이었다. 사제·성인·중고등부 대상 생명윤리 교육 부족 이유에 대해 14개 교구 중 12개 교구가, 초등부·청년 대상 생명윤리 교육 부족 이유에 대해 14개 교구 중 11개, 10개 교구가 ‘사목자 관심 부족’이라고 답했다.
이 신부는 “사제 생명윤리 교육 부족은 자녀 생명윤리 교육의 주체인 부모를 지도해야 할 책임과 관심을 소홀히 하게 하고, 신자들의 신앙과 일상생활이 분리되는 결과를 만들었다”며 “일단 각 교구 주교들부터 생명윤리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위원장 신상현 수사는 ‘한국가톨릭의 생명운동에 대한 성찰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27년 전부터 활발히 생명운동을 펼쳐 온 신 수사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등으로 “지금이야말로 한국 생명운동 역사에 가장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싶다”며 “위기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단이 나타날 때 교회가 교리적으로 더 깊어지고 박해가 있을 때 가톨릭이 오히려 더 확장”된 것처럼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지금이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 수사는 “생명운동은 교회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 준다”며 교회는 정부 낙태죄 개정안 저지부터 단기 과제로 두고 적극적으로 생명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교회 생명윤리 교육의 제일 큰 책임이 주교들에게 있고, 주교들이 신부들에게 생명교육을 잘 시키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말씀이 크게 와닿았다”며 “옳으신 말씀”이라고 평했다. 특별히 정치·경제·환경·생명 문제 등 모든 사회 문제가 연관돼 있음을 강조한 이 주교는 교리교육에서도 신앙적인 내용뿐 아니라 사회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주교는 교회 생명운동에 대해서도 신자 의원들조차 ‘표’를 의식해 낙태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생명을 살리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 강력히 촉구할 생각이고, 입법 관계자들을 최대한 만나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낙태 위험에 있는 사람들, 낙태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낙태 없는 나라, 생명이 존중받고 잉태된 생명이 무사히 태어나서 살아가는 그런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