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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이대론 입법 취지 못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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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와 시민사회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17907호, 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1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가운데 “당초 입법 취지가 퇴색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서울·부산·인천·의정부교구 등의 정의평화위원회와 노동사목위원회는 타 종단과 연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강연회와 세미나 개최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산업재해가 줄어들 것이라며 우선 환영할 만하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국회 논의를 거치며 노동자 입장이 도외시되고 기업 입장만 존중된 법률로 변질돼 벌써부터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축소된 부분과 인과관계 추정이 배제된 부분을 가장 문제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시켰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3년간 유예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는 “어떻게든 법은 시행하게 됐지만 허점이 너무나 많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 유예기간을 준 것은 기업체에 이 법을 피해 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체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를 살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법 적용을 피하려고 로펌에 법률 자문을 구하는 행태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양성일(시메온) 신부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는 점은 희망적이지만 첫발을 내디딜 때 확실히 내딛지 못한 아쉬운 감이 있다”며 “앞으로 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비점들에 대해 종교계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과정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 측에 책임을 지우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 도입이 유력시됐지만 결과적으로 인과관계를 산업재해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 2019년 부산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추락사한 하청노동자 고(故) 정순규(미카엘)씨 아들 정석채(비오)씨는 “기업체에 비해 절대적 약자인 피해자 측에게 사고 인과관계를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무색하게 만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하루 평균 3명 가까이 작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심각한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적용과 합리적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 신부는 이에 대해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 생명이 돈보다 중요하다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하겠지만 노동자 안전을 보다 우선하도록 법을 강화하고 개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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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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