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용전동에 위치한 대전 가르멜 여자 수도원은 고요한 가운데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주변의 신식 건물들과 대비되는 허름한 수도원 건물. 빠르게 변한 주변 풍경과 달리 수도원의 시간은 1975년에 멈춰 있는 듯하다.
47년 전 지어진 이후로 제대로 된 리모델링을 하지 못했던 수도원은 석면 지붕에 갈라진 벽, 오래된 배수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비가 건물 안으로 새어 들어와 비가 올 때 마다 감전사고를 걱정해야 할 뿐 아니라 단열이 되지 않는 벽은 더위와 추위로 미사를 제대로 봉헌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오래된 배수관 때문에 녹과 석회가 섞인 물을 사용하는 수도자들은 1년 내내 피부질환을 달고 산다는 게 수도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전 가르멜 여자 수도원 원장 현지희(예수의 마리요안나) 수녀는 “넉넉한 예산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는 형편이기도 했지만 47년 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며 “큰 문제가 생길만한 곳은 궁여지책으로 그때그때 수리를 하고 있지만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겨울을 앞둔 수도자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추위다. 생태환경을 위해 난방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는 수도자들은 수녀복과 외투 하나로 추운 겨울을 나야 한다. 게다가 추위를 무릅쓰고 미사를 드리고자 매일 아침 수도원을 찾는 신자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도 수도원의 재건축을 계획한 이유 중 하나다.
현지희 수녀는 “수도원을 찾는 분들이 어려움 없이 기도할 수 있는 공간, 수도자들이 기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공간이 되도록 힘을 모아주셨으면 한다”라며 “저희의 새 집은 ‘하느님이 하셨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후원 계좌: 하나은행 915-910007-52705 예금주 (재)대전교구천주교유지재단 가르멜수도원
※문의: 042-672-3351, 010-9271-2555 대전 가르멜 여자 수도원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