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치는 평화에 봉사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공동선을 증진한다. 우리 사회에 배척된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서울시는 ‘약자와 동행하는 상생도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교회가 노동권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서울시에 약자와의 동행을 촉구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평화위원회·노동사목위원회·빈민사목위원회는 12월 8일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부터 서울시청까지 도보 행진하며 서울시의 행보를 지적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와 관련 ‘오세훈(스테파노) 시장에게 보내는 공동 서한’을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시몬) 신부와 빈민사목위원회 손훈(마티아) 신부가 서울시에 전달했다. 서한에는 취약 노동계층의 권익을 보호하고, 양질의 공공돌봄을 지속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오 시장의 시정 철학으로 내세우며 2023년 예산안에 이를 위한 예산 12조여 원을 편성했지만, 실제 예산안에는 노동권익, 공공돌봄, 시민자치 사업 예산이 대폭 축소돼 시정 철학과 정면 배치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취약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서울시의 민간위탁기관들이 협의 없이 통폐합될 위기에 놓인 것. 이뿐 아니라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공공돌봄 예산까지 삭감되며, 양질의 돌봄을 받아야 할 시민의 권리와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권까지도 침해되고 있다. 예산안 삭감에 따라 강제 구조조정을 앞둔 서울시 유관 사업장 노동자들은 지난 10월부터 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김시몬 신부는 “서울시 정책으로 인간의 기본권인 의식주와 노동권을 잃고 고립될 위기에 놓인 이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하느님을 대신해 노동자들의 농성에 연대한다”고 발언했다. 또 “국민을 대리해 약자들을 돌보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탁 종료를 통보받고 한순간에 75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서울혁신파크 노동자들도 이날 행진에 함께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혁신파크분회 김명숙 분회장은 “청소노동자라 나이도 많고 월세도 내야 하는데, 한 겨울에 쫓겨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리에게 노동은 잃어서도 안 되고 잃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절박함을 표현했다. 이어 “천주교에서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나서주셔서 감사하고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