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저에게 한국 예절과 찌개 만드는 방법을 잘 알려줘서 고마워요. 힘들 때마다 항상 챙겨주고 격려해줘서 감사해요. 제가 언니를 너무 아끼고 사랑해요. I love you!”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보티퓨 프엉(39)씨가 ‘한국의 친정언니’ 이미숙(레나타·의정부교구 후곡본당·58)씨에게 보낸 메시지에 애정이 가득하다. 프엉씨는 이씨와 여느 자매처럼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부터 자녀 교육 문제, 남편과 갈등 문제 등 깊은 고민도 꺼내 놓고 나눈다. 자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프엉씨와 한국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유일한 친구도 이씨다. 이씨는 “낯선 땅에 살며 외로워하던 프엉이 저를 믿고 의지하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의정부교구 이주민지원센터 파주 EXODUS(센터장 민형기 안셀모 신부)를 통해 2021년부터 언니 동생이 됐다. 파주 엑소더스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힘들 때 손잡아 줄 친구임을 인식하고, 결혼이주여성 친정언니 만들기 ‘파주 엑소더스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해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는 이주민들이 혼자 하기 어려워하는 병원 방문이나 공공기관 업무 동행도 포함돼 있지만, 그들의 고충을 공감해 주고 ‘멘토 언니’로서 ‘멘티 동생’에게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한 번 결연되면 최소 1년에서 3년까지 활동하고, 한 달에 1회 이상 만난다. 지속적인 만남을 이루며 프엉씨와 이씨처럼 친자매같은 관계를 이어가는 사례가 상당수다. 석경숙(데레사) 사무국장은 “멘토 언니들은 멘티 동생들을 만나며 이주민들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게 되고, 멘티들은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에 삶의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멘토 모집을 중단했던 파주 엑소더스가 3년 만에 이주여성에게 친정언니가 되어 줄 멘토 모집을 재개했다. 관할지역인 경기 고양시·파주시에 결혼이주여성은 7000여 명이 넘는다. 많은 이주민이 한국인의 살뜰한 도움과 따뜻한 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 멘토는 고양시·파주시 거주하고 이주민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종교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대상은 만 35세 이상 만 62세 미만의 기혼자로, 1월 31일까지 모집한다.
※문의 031-948-8105 파주 엑소더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