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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꿈 품은 조선 청년, 이방인 주교를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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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유진 초이’역의 실존인물인 황기환 애국지사(1886∼1923)의 유해가 4월 10일 순국 100년 만에 고국으로 봉환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1886년 4월 4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황 지사는 19살이던 1904년 미국 하와이로 건너갔다. 1917년 미군에 자원입대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이듬해에 종전됐지만 그는 독립운동을 위해 유럽에 남았다.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한 김규식을 돕고,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을 맡으며 언론을 통해 조국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데 앞장섰다.

1919년 8월 ‘라 프티트 레퓌블리크’, ‘뉴욕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절대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일본이 한국을 일본의 일부로 고집하는 한 극동에서의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파했다. 황 지사의 발언은 현지 언론에 확산,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는 또 프랑스어로 ‘자유한국’이라는 잡지와 유럽 언론에 배포할 ‘통신전’을 발행해 독립 선전 활동을 벌이고, 해외 학회에 참여해 일본의 강제 점령을 알렸다.

그는 파리에서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드망즈 주교는 1920년 3월 12일 일기에서 “한국 사절단의 비서관인 한국인 황기환씨의 방문을 받았다”고 전한다. 황 지사는 드망즈 주교를 만나기 위해 3월 10일에도 두 차례 방문했다. 주교의 일기를 통해 그가 세례받은 사실도 확인된다. 황 지사는 주교에게 “가톨릭신자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 영세를 했지만 수계한 적이 없고 본명을 잊어버렸다”고 밝혔다.


영남대 국사학과 김정숙(소화데레사) 명예교수는 “황 지사가 드망즈 주교를 만나 독립운동 협조를 구하고,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알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드망즈 주교를 만나기 몇 달 전, 러시아의 한인 동포들이 일본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하자 영국 정부를 설득해 35명을 프랑스로 이주시키는 외교 활동을 펼쳤다. 프랑스어로 적힌 드망즈 주교의 일기에 황 지사의 이름만 한글로 적혀 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드망즈 주교가 황 지사에게 특별한 관심을 뒀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평화와 정의 실현을 위해 싸우던 황 지사는 1923년 4월 뉴욕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쳤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당시 프랑스 언론은 황 지사의 부고 기사를 내고 “그는 자신의 작은 조국을 해방하기 위한 노력에 모든 정력을 쏟아 인간의 자유와 국제적 정의라는 대의에 영웅처럼 봉사했다”고 전했다.

국가보훈처는 2013년부터 황 지사의 유해 봉환을 추진해 왔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이라는 드라마 속 마지막 대사처럼 황 지사는 순국 10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와 영면에 들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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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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