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폐지를 향한 법적 결단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평화와 생명을 노래하는 공연을 통해 울려 퍼졌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는 4월 2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마당에서 2023 사형제도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를 개최했다.
사폐소위가 매년 진행한 생명이야기 콘서트는 그간 코로나19로 비대면 방식과 소극장 콘서트로 진행됐으나 2019년 이후 4년 만에 명동 가톨릭회관 마당에서 개최됐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현대일 루도비코 신부)와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디오니시오 신부)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평화의나무합창단(단장 정인출), 가수 동물원, 인디뮤지션 예람의 공연으로 사형폐지에 연대하는 목소리를 음악의 힘을 빌려 전파했다.
평화의나무합창단은 ‘사형제도를 폐지하라’를 특송으로 준비해 정치인들이 옳은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폐소위는 프랑스 사형폐지를 이룬 전(前) 프랑스 헌법재판소장 로베르 바댕테르의 저서 「사형제도에 반하여」를 가톨릭신문사의 후원으로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사형제도에 반하여」는 바댕테르가 법무부장관 시절 여론을 무릅쓰고 사형제도 폐지에 결단을 내린 과정, 법조인으로서 평생 사형제도에 반대해 온 양심을 기록한 책이다.
「사형제도에 반하여」의 번역을 감수한 남승한(라파엘) 변호사는 이날 대담을 통해 “법 감정을 극복하고 사형폐지를 이뤄낸 바댕테르와 프랑스 정치인들의 용기와 결단은 사형제 전면 폐지를 위해 우리나라 국회와 정부가 따를 모범”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가해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복수가 아니라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 배려와 지원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일 신부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음악이라는 보편적 감수성으로 사형폐지라는 어려운 주제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공연이 마련되고, 금요일 저녁에도 많은 분이 참석해 기쁘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 신부는 “죽음의 문화를 존속시키는 병든 사회에 용기와 결단을 노래하는 우리의 단합된 목소리는 끝내 평화와 생명이 꽃 피는 봄으로 메아리쳐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