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학자이자 사회 심리학자·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Tom?? Hal?k) 몬시뇰이 5월 한국을 찾아 초청 강연을 펼쳤다. ‘위기의 시대, 신앙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이어진 강연은 1~2일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에서부터 3일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4일 경북 칠곡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5일 서울 마리스타 교육관을 순회하며 열렸다. 팬데믹 이후 종교가 세상에서 나아갈 길을 짚기 위해 마련한 이번 강연에서 할리크 몬시뇰은 영성 심화와 영적 식별, 영적 센터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체코 출신으로 프라하 카를대학 교수인 할리크 몬시뇰은 영적 자유와 인권 보호 증진 등에 힘써 왔다. 할리크 몬시뇰은 2일 평화의 전당 유항검홀에서 ‘변화하는 시대, 성숙한 신앙의 길’,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징표’에 대해 강연했다. ‘양심의 성소’ 안에서만 하느님 음성을 듣고 그것을 세상 소음과 구별할 수 있다고 전한 할리크 몬시뇰은 “신비는 마음속에 간직해 그곳에서 자라고 성숙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할리크 몬시뇰은 “하느님은 ‘시대의 징표’를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 사건에 대해 관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영적 식별’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느님과의 소통이 심화돼야 다른 관계에서의 대화도 깊어질 수 있다고 역설한 할리크 몬시뇰은 “내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만이, 외적인 것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있을 때만, 유아적 환상에서 해방된 진정한 하느님 ‘벌거벗은 신’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개혁에는 신앙생활의 쇄신, 특히 그 깊은 차원인 영성을 심화시키는 일이 선행되거나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위기는 가능성이자 기회이고, 신앙은 위기를 통해 성숙해진다고 강조한 할리크 몬시뇰은 “성숙한 신앙만이 이 시대의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팬데믹 동안 문 닫힌 교회는 일종의 예언적인 경고 신호 같았고, 많은 나라에서 이미 교회·수도원·신학교가 텅 비고 문을 닫고 있다고 말한 할리크 몬시뇰은 “교회가 진정한 개혁, 특히 영성의 심화를 거치지 않는 한, 머지않아 대부분의 교회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할리크 몬시뇰은 “베네딕도회 수도원이 한때 유럽 복음화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관상의 실천을 배우고 자신의 신앙에 대해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영적 센터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화 과정을 멈추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고, 많은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만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힌 할리크 몬시뇰은 “커다란 영적 변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할리크 몬시뇰은 진정으로 ‘시노드적인 교회’만이 세계화 과정을 상호 소통, 존중, 협력의 과정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할리크 몬시뇰은 세계화 안에서 다원성을 마주하고 이런 식으로 ‘섞이는 세상’에서 새로운 분리, 커지는 세대 간 격차, 가족 내 긴장, 심지어 가족 붕괴까지 일어나고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 있고 깊고 성숙한 믿음’과 ‘용기’를 통해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교회는 빛과 소금으로, 세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환대하고 개방적인 모습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할리크 몬시뇰은 “특히 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