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해변이 어떻게 이렇게 망가져버린 건지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강원도 삼척 맹방해수욕장을 찾은 주교들은 인간에 의해 파괴된 삼척의 자연환경을 목격하고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5월 16일 강원도 삼척에서 주교현장체험을 진행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삼척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공동의 집을 보전하기 위해 교회가 가야할 길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를 비롯한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김주영(시몬) 주교, 이성효(리노) 주교, 유경촌(티모테오) 주교는 이날 삼척시청과 항만공사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재, 맹방해수욕장, 삼척핵발전소 백지화기념탑을 방문했다.
현장체험에 앞서 삼척석탄화력반대투장위원회 공동대표인 강원대학교 성원기(토마스 모어) 명예교수가 원주교구 성내동성당에서 현황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삼척시 적노동에 위치한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1050MW 규모의 발전소 2기를 건설 중이다. 1기는 2023년 10월, 2기는 2024년 4월에 상업운전을 계획하고 있다. 발전소 반경 5㎞ 내에 삼척시 인구(6만3487명) 3분의 2가 거주하고 있다는 게 성원기 교수의 설명이다. 발전소와 가장 가까이 있는 초등학교인 삼척남초등학교는 불과 1.3㎞ 떨어져 있다. 발전소가 가동된다면 인근 주민들은 석탄분진으로 인해 건강은 물론이고 농작물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성 교수는 우려했다. 설명을 들은 주교들은 주민들 대부분 반대하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는 지자체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어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이 보이는 삼척시청, 맹방해변 앞 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항만공사 현장을 둘러본 주교들은 크게 망가진 바다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석탄 운송을 위해 맹방해변 앞 바다에 항만부두 및 방파제를 만들면서 심각한 해안침식이 발생한 해변은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졌던 ‘명사십리’라는 명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실된 모래를 채워 넣는 과정에서 인근 하천의 퇴적토를 사용, 검게 변한 해변에 선 주교들은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 앞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예전에 사진으로 봤던 맹방해변은 너무나 아름다웠는데, 이렇게 파괴될 수 있는지 현장에서 보고 너무나 놀랐다”라며 “석탄화력발전소는 30년 정도 운영된다고 하는데 고작 30년 위해 아름다운 자연이 망가져야 하고, 삼척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건강권이 훼손돼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주영 주교는 “가슴 아픈 삼척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삶이 친환경적으로 쇄신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검소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체험을 마무리하며 주교들은 생태환경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노력도 함께 고민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조만간 열리는 사목평의회에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잘 실천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본당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동 아빠스도 “환경이 파괴되면 나에게도 고통이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생태계 보존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찬미받으소서」 정신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