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과 개신교, 불교의 진보성향 단체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비난하며 퇴진을 촉구하는 종교계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정치 양극화와 10·29 참사에 대한 국가 책무 회피, 대일 굴욕외교, 한반도 정세 불안 고조 등을 지적하며 시국법회, 시국미사, 시국기도회를 잇따라 열어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다.
우리 사회 최후의 양심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종교계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적지 않은 이들이 종교인의 예언자적 소명이라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종교인은 종교 활동의 영역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국에 대한 종교인들의 입장표명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종교인들이 대거 현재 우리 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본격적인 시국선언에 나선 천주교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영식 요셉 신부)이 지난 3월 20일 전주에서 시국미사를 시작했다.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대표 송년홍 타대오 신부)를 꾸린 사제단은 4월 10일 서울광장을 시작으로 매주 교구별로 순회하며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교회의 공식 인가 단체는 아니지만, 광주대교구와 수원교구, 의정부교구, 인천교구 등 지역별로 진행된 시국미사에는 해당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뜻을 같이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8월까지 이어진다.
개신교에서는 지난 5월 4일 윤 대통령 취임 1년에 부치는 시국선언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 선언’에는 개신교 목회자 1016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에서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민생은 파탄 나고 평화는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일로에 있다”면서 “우리는 권력에 눈먼 무능한 지도자가 한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계는 이날 시국선언에 이어 대구와 대전, 광주, 부산, 전주 등에서 시국선언 및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윤석열 퇴진 1차 야단법석 준비위원회’를 꾸린 불교단체도 5월 20일 서울광장과 시청역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시국법회를 열었다. 시국법회 준비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에서 “종교가 왜 정치에 관여하냐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3·1운동 당시 33인 민족대표 모두 종교인이었고, 암울한 시대에 등불을 들고 길을 밝히는 것은 종교인의 의무”라며 “모두가 침묵할 때 진실을 외치는 것은 종교인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의 공익(共益)은 윤석열 퇴진”이라며 “우리는 윤석열의 퇴진을 위해 이웃 종교와 연대하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교계는 6월 24일 대구에서 제2차 야단법석 시국법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