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지는 초여름 저녁 성당 마당에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재즈 선율로 흘렀다.
6월 11일 오후 7시 서울 혜화동성당(주임 고준석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성 베네딕도 광장에서는 ‘최우영 트리오’의 재즈 무대가 열렸다. 본당이 6월 한 달 동안 매 주일 저녁에 개최하는 ‘혜화 음악을 피우다’ 연주회의 두 번째 자리였다.
광장에 설치된 무대를 바라보며 계단을 좌석 삼아 자리 잡은 신자들은 청년에서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재즈와 성당이라는 다소 낯선 조합은 시간이 흐를수록 객석에 녹아들었다. 바트 하워드의 ‘플라이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비틀즈의 ‘앤 아이 러브 허’(And I Love Her) 등 귀에 익숙한 곡이 나오자 공연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재즈풍으로 가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연주되면서 관객들은 박수로 장단을 맞추는 등 열기가 고조됐다. 앵콜곡은 재즈로 편곡한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였다.
연주회에 참석한 이미연(엘리사벳)씨는 “예수 성심 성월에, 또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예수님 사랑의 위로를 주는 음악들이었던 것 같다”며 “성당에서 듣는 재즈 음악이 신선했고, 코로나19로 지쳤던 마음이 다독여지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당의 이번 음악회는 본당 공동체가 음악 안에서 하나 되는 계기로 기획됐다. 2020년 조성된 성 베네딕도 광장으로 야외 공연이 가능한 환경적 여건도 배경이 됐다.
많은 젊은이가 오가는 서울 혜화동의 지리적 상황에서,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열린 힐링의 시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도 컸다. 그런 면에서 연주회 프로그램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준비됐다. 6월 4일 첫 공연은 김시연씨 등 두 명이 부르는 가요와 팝 무대였고, 계속해서 보컬 재즈(6월 18일) 색소폰 콰르텟(6월 25일) 공연이 이어진다. 실제 1회 공연에서는 음악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듣거나, 성당에 들어와 관람하는 이들도 있었다.
장르를 뛰어넘어 다채로운 음악 공연 자리를 마련한 본당 결정에 연주자들도 환영했다. “본당의 연주 의뢰를 받고 놀랐다”는 최우영(가브리엘)씨는 “엄숙하게만 느껴지는 성당에서 다양한 곡이 연주되는 것은 비신자들에게 가톨릭교회가 더 편안하게 다가갈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본당 청년들이 연주회 봉사를 맡은 것도 의미 있다. 연주회 홍보 및 공연 전후 필요한 준비를 챙기는 청년들은 “본당 공동체 일원으로서 행사에 기여하고 도울 수 있어 기쁜 마음”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혜화 음악을 피우다’는 제목도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뽑은 것이다.
김요한(요한 세례자) 보좌 신부는 “함께 힐링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통해 더 활기 있고 기쁨과 보람이 넘치는 공동체로 성장하는 계기이기를 바란다”며 “청년들에게도 봉사와 경험, 배움의 장이 되어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