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월성본당(주임 이정효 예로니모 신부)에서는 매 주일 오후가 되면 주일학교 학생들과 아버지들의 놀이시간이 펼쳐진다. 지난 3월 결성한 본당 자부회(子父會·회장 김학동 노엘)가 책임지는 시간이다. 주일학교 아이들은 오후 3시 이후 교리교육이 끝나면 4시 어린이미사 전까지 30~40분 동안 아버지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따라 마음껏 뛰논다.
“아빠들이 함께 놀아주니까 엄청 좋아요. 매주 너무 재밌어요.”, “앞으로도 기대가 돼요. 아이돌 댄스 같은 것도 하면 좋겠어요.”
6월 11일 주일 오후, 초등학교 4학년 김서현(안젤라)양과 황예윤(마리안나)양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말한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전례에 따라 아이들이 성체와 성혈을 의미하는 과자와 컵이 담긴 쟁반을 머리에 이고 조심조심 걸어가고 있다. 다른 한쪽 어린이들은 미션 수행을 위해 물총을 열심히 쏘고 있다.
김학동 회장은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소통하는 이 시간이 신앙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자부회 모임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자부회원들은 주일 전례에 맞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한다. 또 각자 진행요원이 되어 아이들이 최대한 즐겁고 안전하게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월성본당 자부회는 “신앙 안에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데 아버지들도 동참하자”는 이정효 주임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결성 초기 7명이 모였지만, 6월 현재 22명 아버지들이 함께하고 있다. 주일학교 행사뿐 아니라 본당의 다른 일에도 적극 나서는 자부회 모습에 본당 신자들은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한목소리로 칭찬한다.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제2보좌 장준영(마카리오) 신부는 “아이들의 신앙 성장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동시에 아버지들도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나누며 신앙적으로 더 성숙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월성본당 자부회는 앞으로 매월 첫째 주일 가정미사의 전례를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또 매월 1회 자모회 대신 간식을 담당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