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이웃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이어가는 ‘바보나눔터’가 500호점을 돌파하며 나눔문화 확산에 이정표를 세웠다.
바보나눔터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이 2017년 2월부터 시작한 캠페인으로 교회 안팎의 자영업자, 전문직 등 중소상공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바보나눔터는 큰 액수가 아니더라도 매월 소액을 꾸준히 기부하는 것이 나눔의 의미를 보다 살릴 수 있다는 취지로 6년 넘게 다양한 직종의 중소상공인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전개 중이다.
매달 3만 원 이상, 또는 1년에 100만 원 이상을 바보의나눔에 기부하면 바보나눔터가 될 수 있고, 바보의나눔은 김수환 추기경의 환한 미소가 담긴 현판과 스티커를 사업장에 제공한다.
바보나눔터 500호점의 주인공은 서울 청담동에서 세차와 정비를 포함해 자동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러지 드 블랑’(대표 고훈민 요셉)으로, 지난 6월 29일 바보의나눔 사무총장 우창원(아우구스티노) 신부가 사업장 축복식과 함께 바보나눔터 현판 전달식을 진행했다.
고훈민(42·서울 역삼동본당) 대표는 바보나눔터 가입 동기에 대해 “복사를 서고 싶어 하는 아들(모세·초등학교 4학년)과 함께 가족들이 새벽미사를 봉헌하면서 신앙적으로 느낀 것들이 많았다”며 “하느님께 받은 은혜와 일해서 번 돈을 이웃과 나누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우연히 바보나눔터를 알게 된 후 액수가 적어도 꾸준히 기부하자는 마음에서 가입하게 됐다”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이루려는 분들, 가정적 환경으로 인해 사랑이 부족한 분들에게 기부금이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바보의나눔은 바보나눔터에서 기부한 금액을 ‘공모분배사업’을 통해 종교, 이념, 인종, 지역 등 어떤 차별도 없이 국내외에서 가장 필요한 곳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원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우창원 신부는 “바보나눔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다른 단체들이 하는 비슷한 캠페인들이 많아 망설이기도 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는 말처럼 많은 사업체에서 참여를 하고 계시다”며 “홍보를 특별히 하지 않는데도 잔잔한 물결처럼 바보나눔터가 알음알음 퍼져 나가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업장에 붙어 있는 바보나눔터 현판을 보고 자발적으로 가입을 문의하는 업체들이 매월 나오고 있다.
바보나눔터는 2017년 2월 외식 프렌차이즈 및 수출사업 업체 ‘㈜위두’가 처음 가입한 이래 2017년 9월 100호점, 2019년 3월 200호점, 2021년 4월 300호점, 2021년 12월 400호점이 탄생했다. 6월 28일 현재 총 513개 사업체가 가입했다. 업종별로 보면 교육 22개, 의료 67개, 서비스 74개, 판매 149개, 외식 147개, 제조 32개, 기타 22개로 바보나눔터에 폭넓은 중소상공업체가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한 달 평균 5개 업체가 매월 동참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누적 기부금액은 10억360만여 원에 이른다.
바보나눔터 118호점이면서 무료 국밥 나눔 봉사도 하고 있는 ‘종로가 시래기국밥’ 조복순(아녜스) 대표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너무나 존경하는 마음에서 부끄럽지만 조금씩 기부하고 있다”며 “제가 74세지만 아직 건강한 것에 감사하면서 더 부지런히 일해 조금 더 많이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보나눔터 100호점인 ‘스티치커피로스터스’ 박정훈(마르코) 대표 역시 “바보의나눔에서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분들에게 기부금을 사용하고 계시고, 사용처를 친절하게 공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