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제가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채워주는 진실한 만남 같아요. 하느님이 제게 주신 선물로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복이죠.”
팝페라 테너 임형주(대건 안드레아·로마시립예술대학 성악과 석좌교수)씨는 최근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몽골 노밍요스 중등학교 명예교장으로 위촉됐다. 자선 음악회로 학교 건립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홍보로 개인 후원자까지 많아지며 건립이 탄력을 받게 된 덕분이다.
“수녀님께서 자선 음악회를 도와달라는 손편지를 보내주셨어요. 사실 그날 이미 예정된 중요한 스케줄이 있었는데, 수녀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출연을 결심했죠. 공연날 관객석이 가득 차서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어요.”
그는 지난해 살레시오회 고(故) 이태석(요한) 신부의 삶을 다룬 영화 ‘이태석’의 내레이션과 주제곡 녹음도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임형주씨는 “주님께서 살레시오 가족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교육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자신의 교육 철학과도 일치하는 명예교장직이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진짜 교장과도 다름없다는 마음가짐이에요. 학교가 완전히 건립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거예요. 정말 내 아이들, 내 학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께 몽골 학교를 향한 많은 관심과 사랑, 후원도 부탁드리고 싶고요.”
임형주씨에게 자선 공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자선 공연을 펼치며 수익금을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눠왔다. 환경 콘서트를 열고 수익금 전액을 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하기도 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객석 나눔 운동도 10년째. 대한적십자사, 사랑의 열매, 유네스코 등 홍보대사로 인연을 맺은 곳들이 펼치는 크고 작은 봉사에도 꼭 참여한다. 임형주씨는 “나눔에 있어서는 꼭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가톨릭과의 연결고리 덕분이었다. 그의 대표곡은 ‘아베마리아’다. “감사하게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제 아베마리아 노래를 들으시고는 저를 혜화동 주교관에 초대해 주시기도 했어요. 가톨릭과 계속해서 접점이 생기니까 점점 궁금해지더라고요. 아마 부르심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음악을 통해 가톨릭에서 강조하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휴머니즘’을 구현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많은 분께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음악으로 번 돈으로 물적 기부와 재능 기부를 이어가는 것이 제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에요.” 음악적 재능이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며 재능 있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뒷받침도 돼주고 있다.
임형주씨는 “남들보다 출발이 빨랐기 때문에 이른 은퇴를 할 수도 있겠지만, 목소리가 나오는 한 음악으로 할 수 있는 나눔들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 열었던 데뷔 25주년 콘서트에서 다시 한번 하느님의 살아 계심을 느꼈어요. 그분께서 지금까지 저를 보호해 주시고 예뻐해 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겠죠. 제가 주님께 받은 것이 많은 만큼, 행복하게 노래하고 선행에 앞장서며 살고 싶어요.”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