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쓰는 간호사, 배우로 변신한 방사선사, 영상 촬영하는 임상병리사가 근무하는 병원이 있다?
은평성모병원(병원장 배시현 프란치스코)의 영상 크리에이터 동호회 ‘은PD’(회장 김진호 라파엘)가 병원 안에서 유쾌한 소통을 이끌고 있다.
은PD에는 간호사, 작업치료사, 치위생사, 행정직 등 다양한 직군의 교직원 31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이성식(베드로) 정보보호팀장의 제안으로 영상에 관심이 있는 교직원들이 모여 영상 제작을 배우고 동호회를 결성했다. 은PD는 ‘우리 모두가 은평성모병원의 프로듀서’라는 뜻이다.
은PD는 병원 안에 가장 필요한 영상을 제작하며 첫발을 뗐다. 병원에서의 올바른 호칭, 존댓말, 전화 예절을 알리기 위해 이를 상황극으로 재밌게 풀어낸 영상이 첫 시작이었다. 회원들은 환자들을 위해 입원 생활 에티켓과 같은 병원 생활 안내 영상을 만들고, 각자 입장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영상으로 제작해 월례조회 시간에 공유하며 교직원들과의 소통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은PD의 활동에 보직자와 많은 교직원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은PD는 촬영과 편집뿐 아니라 회원들이 직접 연출하고 연기한다. 영상에서 배우로 출연하는 교직원은 한동안 원내에서 연예인과 같은 인기를 얻기도 한다고. 은PD는 올해 은평성모병원 개원 4주년을 맞아 서로 밝게 인사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캠페인송 ‘인4하는 4이’를 제작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은PD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원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교직원들 사이에 깊은 유대감이 형성된 것. 부서만 다른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나이와 직위의 교직원이 함께 호흡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촬영이나 편집을 위해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모든 교직원들이 업무를 할 때도 이전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도움을 주고받게 됐다. 이런 은PD의 긍정적 효과 덕분에 병원에서도 영상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과 영상 편집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성식 정보보호팀장은 “각자의 업무로 지칠 때도 함께 모여 영상을 만들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한다”며 “짬을 내어 영상을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영상 제작을 통해 새로운 성취감을 얻고 직장생활 속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은PD를 더욱 발전시켜 병원의 여러 행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함께하고 교직원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환자들에게도 다소 무섭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친근감 있게 소개하는 영상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진호 동호회 회장은 “은PD 활동을 하며 직장생활의 활력을 얻고 기존에 하던 일들도 더욱 창의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은PD 고유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며 회원들 개인의 잠재력도 펼칠 수 있는 동호회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