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신내본당(주임 이상범 바오로 신부)에서는 지난 9월 8일 오전 10시 미사 후 붉은 장미를 비롯한 형형색색 꽃들이 풍기는 향긋한 내음이 가득했다. 2학기 개강한 본당 동아리 활동 중 꽃꽂이 실습 강좌가 지하 성전에서 열리는 중이었다. 참석한 10여 명 신자들은 이동금(젬마)씨 지도로 각자 수반에 꽃을 꽂느라 열심이었다. 한 참가자는 “미사 후 꽃을 꽂으며 친교를 나누게 되니 신앙 안에서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꽃을 집에 가져가니 가족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본당은 지난 4월부터 학기제로 뜨개질, 서양화, 꽃꽂이, 걷기, 사군자 등 다양한 주제의 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지도는 본당 신자들의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동아리별로 매주 혹은 격주로 열리는데, 5명부터 많게는 23명까지 60명에 가까운 이들이 동아리에서 취미를 가꾸는 중이다. 관심 있는 인근 본당 신자도 참여하고 있다.
동아리마다 별명도 붙었다. 뜨개질은 ‘마르타’, 서양화는 예수님 사랑을 뜻하는 ‘예랑’, 걷기는 ‘함께 걷는다’ 뜻의 ‘시노드’다. 사군자 동아리는 하느님 사랑을 말하는 ‘하랑’으로 불린다. 가장 인원이 많은 동아리는 걷기, ‘시노드’다. 이 동아리에는 건강을 챙기는 어르신들 참여도 높다. 사군자 동아리에 가입한 한 80세 신자는 평소 배우고 싶던 사군자를 배우며 4개월 만에 난(蘭) 작품을 완성해 평생 소원을 풀었다.
이런 동아리 활동은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본당 공동체 활성화와 신자들 간 친교를 위해 시작됐다. 소공동체를 기반으로 평소 신자들의 기량을 파악한 이상범 신부는 5명의 재능 기부자를 찾아 운영 방법을 모색하고 요일별로 활동반을 정했다. 이 과정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본당 신자들을 발굴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걷기 강사로 나선 민경자(글로리아)씨는 “신부님 제안으로 지도를 맡게 됐는데, 여러 세대가 어울려 함께 걷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 넓히고 신앙을 나눌 수 있어서 단순히 걷는 차원을 넘어선다”며 “다음 시간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 정도로 동아리 활동 자체가 설렘”이라고 했다.
동아리 활동은 신앙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교육분과장 이 데레사씨는 “장소 자체가 성당이고 신자들이 만나는 활동인 만큼 일단 성당에 오는 발걸음이 잦아져서 그만큼 공동체와 하느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며 “신앙생활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상범 신부는 “성당 안에서 신자들이 함께 어울려 무언가를 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면서 “서로 친해지고 어울리면서 공동체에 친교와 활기가 생겨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 신부는 “연말에 동아리 활동을 종합하는 전시회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영어회화반 등 강의도 늘려갈 것이고, 나아가서는 비신자들에게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