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 회칙 「찬미받으소서」도 ‘가난한 이들과 땅의 울부짖음을 들으라’며 우리 모두의 연결을 가르치십니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질주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동식물들, 이 모든 피조물이 형제자매로 연결돼 있음을 긴 여정 끝에 깨달았습니다.”
작은형제회 JPIC위원회와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에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하는 환경운동가 신혜정(체칠리아·38)씨. 2018년 5월 중국 장쑤성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등을 거쳐 2019년 12월 튀르키예 이스탄불까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대장정을 펼쳤다. 쓰레기 배출 없이 무려 1만2500여㎞를 자전거로 이동한 여정은 “하느님 눈엔 모든 존재가 동등하게 당신을 찬미하는, 서로 이어진 존재였다”는 깨달음을 남겼다.
슬럼프를 벗어나고자 나선 여정이었다. 기후위기 대응 NGO 푸른아시아에서 7년간 일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애쓴 10여 년의 투신. 그 끄트머리에서 그는 ‘일’에만 빠져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연결’이 끊어진 삶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신씨는 “만나는 공간과 사람들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려 자전거를 택했다”고 밝혔다. 환경이 여전히 내 삶의 주제인지 자문하고자 내내 수통, 텀블러, 반찬통 등을 휴대하며 ‘궁상’을 자초했던 제로 웨이스트 도전도 자연과 깊숙하게 연결되려는 시도였다.
중국 빵집에서는 “부쉬야오”(不需要·필요 없어요)를 세 번 외쳤다. 점원이 비닐 포장, 비닐장갑, 비닐 봉투를 주려 할 때마다였다. 점원이 이유를 묻자 신씨는 고래 뱃속의 플라스틱과 비닐 사진을 보여주었다. 좀 궁상맞아 보여도 스스로 피조물들과 더불어 살려는 작은 실천임을 전하고 싶었다.
인도로 가는 신씨에게 조건 없이 밥상을 차려준 한 미얀마 가정처럼, 나무는 늘 신씨 곁에서 그늘을 드리우고 얘기를 들어줬다. “자연으로부터 이미 많은 걸 받고 있었다”는 깨달음…. 신씨는 그 감사함만으로도 계속 이 길을 걸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도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찬미받으소서」의 통합 생태론으로 발전했다. 한때 세계 전자쓰레기의 70가 처리되던 중국 광둥성 구이위, 쓰레기장이 카펫처럼 펼쳐진 인도 라다크를 들르면서였다.
“컴퓨터, 키보드 등을 부숴 돈이 되는 금속류만 꺼내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게 구이위의 재활용이었어요. 라다크 쓰레기장에서는 수십 마리 개가 트럭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를 먹고 있었죠.”
신씨는 “나와 단절된 현실로 느껴지던 게 사실 내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결된 만큼 서로에게 책임을 져야 함”을 신씨가 절감한 건 버려진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태워진 쓰레기가 미세먼지로 돌아오는 현장을 직접 봤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경험을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라는 책으로 펴낸 신씨. 그는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 작은형제회 JPIC위원회가 주최하는 북콘서트를 앞두고 “만물과 연결된 보다 나은 인간의 삶”을 희망했다.
“교황님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도 ‘다른 이들과 관계가 없이는 삶의 참다운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없다’고 합니다. 형제애는 우리가 형제라고 느끼지 못하는 다른 모든 피조물들에게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