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신자들 사이에 ‘가톨릭 굿즈’가 신앙을 표현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르며 구매 열풍이 불고 있다. SNS상에서는 굿즈 구매 오픈 날짜를 기다리고, 재입고를 요청하는 댓글이 줄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젊은 감각으로 가톨릭 굿즈를 만드는 청년 작가들도 최근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가톨릭 용품’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성물이 떠오른다. 성물과 달리 굿즈는 가톨릭의 이미지와 상징들을 가볍고 귀엽게 묘사한 물건들이다. 예수님과 성인들을 친근하게 표현한 각종 아이템, 기도문, 문구류부터 산뜻한 그림이 담긴 말씀 카드까지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실구매자 청년들은 “일상 곳곳에 가톨릭 굿즈를 두고 수시로 예수님을 떠올린다”, “성물은 너무 거룩해서 접근하기 어려운데 굿즈는 부담스럽지도 않고 감각적이라 좋다”는 후기를 남겼다. 공개적으로 종교를 드러내지 않던 신자들도 굿즈를 소품으로 활용하며 당당히 가톨릭 신앙을 표현한다.
가톨릭 굿즈는 애니메이션이나 연예인 관련 파생상품에 익숙한 청년 세대의 특성과 신앙을 즐겁게 누리고 싶은 청년들의 욕구가 맞물려 탄생했다. ‘러빙젠’ 김현진(글라라) 작가는 “또래들이 신앙을 즐겁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굿즈를 만들었고, 그 마음이 굿즈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자기 표현과 개성이 중요한 청년 세대에게 ‘나를 담은 굿즈’는 가톨릭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편이기도 하다. 나의 주보성인이 귀엽게 새겨진 키링, 머그컵, 무드등, 액자 등이 굿즈 중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이유다. 주보성인을 캐릭터화한 상품들을 제작하는 ‘더스밈’ 최민정(베로니카) 작가는 흔하지 않은 세례명을 가진 이들을 위해 주보성인을 그리는 작업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가톨릭은 어려운 종교라고 여겨지는 것이 늘 아쉬웠다”며 “교회와 주보성인을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노력이 청년들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벼운 굿즈지만 만드는 마음까지 가볍지는 않다. 이는 엄연히 청년들의 신앙 표현이기 때문이다. ‘드높임’ 황소정(비아) 작가는 “주님 앞에 오랜 시간 머무르며 기도하고, 미사 참례나 성경 읽기를 하며 말씀을 많이 접해야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고 기쁘게 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굿즈를 통해 자신들의 취향껏 신앙을 표출하고 그 안에서 풍요로워지는 신앙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청년들은 교회가 사목 활동의 보조 수단으로 굿즈를 적극 활용하기를 소망했다. 교회는 지금까지 종교적 상징들을 친근하게 표현하기보다 경건함을 중시해 왔다. 청년들은 “오늘날 굿즈가 기업의 중요한 홍보 수단이듯, 교회도 세련된 굿즈를 활용해 교회 행사를 알리고, 굿즈를 활용한 기부와 후원 행사도 확장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