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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노틀담사랑터’ 어르신들… 주님 말씀으로 다시 피는 ‘신앙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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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두게.”(욥 22,22)

9월 14일 인천 병방동 소규모 가정형 노인 생활 공동체 노틀담사랑터(시설장 김희순 막달레나 수녀, 이하 사랑터) 2층 거실에서 70~90대 어르신 5명이 욥기 14~23장을 통독했다. 어르신들은 사랑터 사회복지사이자 요양보호 담당 마리 지따(노틀담수녀회) 수녀의 지도로 매일 오후 3시 성경 통독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성경 통독 시간이에요” 하는 마리 지따 수녀 말에 낮잠을 자다가도 금세 일어나 모였다. 귀가 어두워 늘 첫 단락을 읽는 최연장자 심 아가타(98) 할머니가 너덜너덜해진 성경 낱장을 펼치자 어르신들은 총기 어린 눈으로 한 단락씩 성경에 빠져들었다.

성경 통독은 무료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리 지따 수녀가 올해 5월 시작했다. 감각적 재료로 내면의 심상을 표현하는 실천교리교육, 음악과 동작이 즐겁게 어우러진 오르프 음악치료 등 사랑터 프로그램 외에 영성으로 성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한 달 만에 신약성경을 완독하고 욥기 중간까지 왔을 만큼 어르신들은 성경 통독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마리 지따 수녀는 “12월이면 전권을 마칠 전망”이라며 “성경을 스스로 챙겨 읽고 말씀 마디마디 기뻐하시는 어르신들 안에서 성령을 체험한다”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의 활력과 자아 존중감, 성격 등 긍정적 변화는 매일 읽는 영적 말씀의 힘이다. 특히 누워만 있거나 ‘오관 떼기’(혼자 하는 화투)만 하던 어르신들이 스스로 화투패를 마리 지따 수녀에게 반납하고 성경 필사 등 영적인 것들로 마음을 돌렸다.


글을 배운 적이 없어도 성경 필사를 하는 홍 루치아(89) 할머니는 “자신감을 되찾아주신 하느님이 고마워 성경에 흠뻑 빠져든다”고 말했다. “학교를 못 나와 개신교 성경으로 글을 조금 깨쳤다”는 홍 할머니는 “뜻도 모르고 읽던 성경을 사랑터에 와서 읽으니 그 의미를 깨우치는 게 행복해 말씀으로 삶을 가득 채우는 중”이라며 웃었다.

“급한 성격이 잘 안 고쳐져 부끄럽다”는 박 막달레나(78) 할머니는 “성경을 읽으며 하느님께 마음을 봉헌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기하게 언제부턴가 언니들이 잘못 읽거나 더듬거릴 때 인내심으로 기다려주고 가서 도와주게 된다”고 말했다.

마리 지따 수녀는 “다른 게 아닌 영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성경 통독으로 어르신들이 많은 면에서 변화했고 지금도 변화하는 중”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들 같아 다투기도 하지만 성경 통독 시간만큼은 서로 아껴주고 돕는 모습도 늘 하느님을 닮은 뭉클한 광경”이라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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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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