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의 손으로 한일 평화를 이뤄가겠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만나고, 대화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이 만남이 한국과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 평화의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과 일본의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를 실현하는 주체로 살아가기로 뜻을 모았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베드로 신부)가 9월 22~24일 개최한 2023 평화문화제에서다. ‘전쟁을 넘어 평화의 노래를’을 주제로 열린 평화문화제는 경기 파주 민족화해센터·참회와 속죄의 성당·백석동성당 등지에서 펼쳐졌다.
2년여 전부터 ‘피크닉’이라는 온라인 모임을 진행하며 함께 기도하고 양국의 역사를 공부해 온 한일 가톨릭 청년들이 한국에서 만났다. 일본에서는 예수회 나카이 준(요한 세례자) 신부를 비롯해 13명, 한국에서는 북한이탈주민 4명을 포함해 18명이 함께했다.
개막미사에서 강주석 신부는 “그리스도인들은 벽을 허물고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낯설고 새로운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인류의 구세주가 되신 예수님을 닮을 수 있다”고 청년들을 격려했다.
평화문화제 첫날인 22일, 청년들은 평화교육을 받고, 일정 내내 ‘평화란 무엇인지’, ‘평화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나눔을 지속해갔다.
23일에는 북한군묘지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오두산 전망대와 임진각을 방문해 분단의 현실을 직접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일 평화를 위한 모임이지만 일본이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있고, 분단은 한일·한중 관계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마련된 시간이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는 청년들과 만나 지속적인 교류를 독려하고, 청년들에게 한반도 묵주를 선물하며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같은 날 저녁 청년들은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의정부교구 지역 이주민들과 함께 떼제기도를 바쳤다. 청년들은 평화에 대해 묵상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적어 제대 앞에 마련된 작은 나무에 묶었다.
폐막미사는 24일 백석동성당에서 파주 EXODUS 위원장 김항수(파스카시오) 신부 주례로 봉헌됐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의 평화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김 교수는 “청년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구조적 폭력은 남북 분단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한일 청년들은 이런 구조적 폭력을 포착하고, 이에 맞서 평화의 전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청년 에리구치 미키토(미카엘 요셉·23)씨는 “한일 평화를 외치면서도 때로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또래들과 평화를 이야기하며 희망을 발견했다”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