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간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한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Margaritha Pissarek) 간호사가 지난 9월 29일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선종했다. 향년 88세.
고인의 장례미사는 10월 7일 오스트리아 티롤주 인스부르크의 회팅거(Alte H?ttinger Pfarrkirche) 성당에서 봉헌됐다. 고인이 머물던 요양원에서 5분 거리의 작은 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고인과 함께 소록도에서 봉사한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ger) 간호사와 유족,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관계자, 함상욱 주오스트리아 대사 등 90여 명이 참례했다. 유족과 지인에 따르면, 고인의 시신은 생전 고인의 희망에 따라 오스트리아 의대에 기증됐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마가렛 간호사는 한센인을 돌볼 의료인력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구호단체 다미안 재단을 통해 1959년 한국에 입국, 1966년부터 소록도 생활을 시작했다. 고인은 1962년부터 소록도에서 머물러온 마리안느 간호사와 함께 5년간의 공식 파견 기간 후에도 자원봉사자로 남아 변함없는 사랑으로 한센인을 보살폈다. 한국인 의사들조차 접촉을 꺼리던 환자들과 생활하며 직접 고름을 닦아내고 치료를 돕는 모습에 감명받은 이들은 고인을 ‘소록도의 천사’, ‘한센인들의 엄마’라 불렀다.
하지만 온 생을 다해 헌신했던 그도 세월의 무게를 어찌할 수 없었다. 지난 2005년 그는 나이가 들어 더이상 봉사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소록도에 불편을 주기 싫다며 편지 두 장 만을 남기고 마리안느 간호사와 함께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이후 경증 치매로 요양원에서 생활한 고인은 최근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던 중 갑작스레 선종했다.
고인의 감동적인 생애는 지난 2017년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과 도서「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등을 통해 새롭게 조명됐고, 같은 해 국내에서는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작업도 활발히 추진됐다. 소록도본당 주임을 지내는 등 고인과 오랜 인연을 맺어 온 광주대교구 김연준(프란치스코) 신부는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설립하고 이들의 봉사정신을 계승하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마가렛 간호사는 마리안느와 함께 1972년 국민포장, 1983년 대통령 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받았다.
한편 광주대교구는 4일 교구청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대한간호협회, 전남 고흥군 등은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과 전남 고흥 마리안느와 마가렛 나눔연수원 등 두 곳에 국민 분향소를 설치하고 지난 8일까지 추모객을 맞이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