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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로 하느님 찬양하는 시각장애인 진수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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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씨는 앞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세상에 어둠은 없다. 성모님이 그를 빛으로 인도하고, 음악이 그의 삶을 환히 밝혀주기 때문이다.

진수은(율리안나·27·서울 압구정1동본당)씨는 성가를 부르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청년이다. 노래만 하는 게 아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직접 작사 작곡한 성가만 10곡이 넘는다.

그의 노래에는 울림이 있다. 오랜 투병, 그럼에도 버리지 않은 희망, 그 안에서 얻은 기쁨을 노래에 오롯이 담아내기 때문이다.

진씨는 생후 13개월에 양쪽 눈에 소아암이 발병하고 11살에는 암이 양쪽 다리뼈로 옮겨가 뼈를 들어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재발 후에는 생존율을 알 수 없다는 말까지 들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은총”이라고 말했다.

지난했던 고통의 시간을 은총이라고 표현하는 진씨에게 신앙을 빼놓을 수 없다. 제주 동광본당에서 레지오 활동을 하던 그의 어머니는 새벽마다 진씨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쳤다. 진씨도 어머니를 따라 레지오 마리애 활동에 함께했다. 그는 “정말 많은 단원과 신자분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며 “제가 치유된 건 모두의 기도와 성모님의 전구 덕분”이라고 했다. 주위의 기도 속에서 자란 진씨도 매일 묵주기도를 통해 힘을 얻는다.

“성모님은 우리 모두의 엄마예요. 힘들 때마다 성모님께 기도하면 어느새 힘든 게 사라지고 희망이 샘솟아요. 정말 큰 체험이죠. 또 제가 받은 만큼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고요.”

진씨는 서울로 이사와 2019년부터 청년 레지오에 참여하고 있다. 이 또한 성모님이 손길인 것 같다는 진씨. 어린 시절 건반 위치와 음을 외운 그는 악보를 볼 수 없으니 곡을 직접 만들어 연주하곤 했다. 감각으로 건반을 느끼며 20대 초반에는 1년 동안 새벽미사 오르간 반주 봉사도 했다. 그러던 중 청년 레지오 안에서 작곡가 단원을 만나 작곡 레슨과 편곡에 도움을 얻고 본격적으로 성가 작업을 하게 됐다. 그의 노래를 듣고 힘을 얻는다는 이들을 하나둘 만나며 성가를 통해 하느님을 찬양하는 도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때로 하느님이 원망스럽지는 않을까. “하느님께서 저를 아프게 하신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아팠기 때문에 하느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를 알았던 거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을 보내주시고, 아픈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해주셨어요. 작곡이라는 탈렌트도 발견하게 해주셨고요. 물론 제 상황이 문득문득 속상한 날도 있지만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그는 하느님과 성모님의 사랑을 담은 따스한 성가를 만들어 가는 것이 꿈이다. “제 노래에 누군가의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온기를 가득 담고 싶어요. 저처럼 아픈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힘든 분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노래를 만들며 주님의 빛을 전하고 싶습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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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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