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로마한국수녀연합회(회장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20년 동안 변화한 보편교회 내 한국 여성 수도자들의 위상을 돌아보며, 앞으로 더욱 성숙한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을 다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연합회는 10월 22일 이탈리아 로마 한인신학원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주례하는 설립 20주년 기념미사와 축하연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이 연합회와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로마 거주 중인 한국인 사제와 수녀, 신자들, 축하를 위해 온 외국인 수녀 등 110여 명이 참석했다.
연합회는 2003년 당시 로마에서 유학하던 수녀들을 중심으로 발족, 현재 27개 수도회 9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한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한인 수녀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으로, 수녀연합회를 조직한 곳도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한인 수녀들은 연합회 설립 당시엔 유학생들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로마에 총원을 두고 있는 수녀회 중 5곳의 총장을 한인 수녀가 맡고 있고, 교황청 직원, 수녀회 부총장이나 총원의 주요 보직자, 사회복지와 본당사도직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순택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장상에서부터 작은 소임에 이르기까지 한국 수녀님들 한 분 한 분은 보이지 않게 세계교회 전체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치하하고 “우리 사도직들도 하나하나 중요하지만, 사도직이 목적이 되기보다 하느님의 그 좋으심을, 사랑을, 기쁨을 증거하고 나누는 수도자가 되길 함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윤 수녀는 “20년 전 양성을 받던 한국 수녀들이 다시 로마에 돌아와 양성을 하는 주체가 돼 활동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변방에 있는 교회의 일원으로서만이 아니라, 이제 하느님 백성 공동체의 중심에 서서, 하느님께서 한국교회 구성원들에게 원하시고 맡기고자 하시는 일을 잘 식별하고, 보편교회 안에서의 우리의 길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