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혐오 문화’를 성찰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김일두 베드로 신부)와 광주인권평화재단은 11월 9일 전남 나주 광주가톨릭대 종합강의실에서 ‘새로운 만남: 다름의 공존?혐오 문화의 극복을 위하여’를 주제로 제26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회칙 「모든 형제들」의 개괄’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김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사회의 이상적 모습으로 많은 면을 지니지만 일치를 이루는 ‘다면체’(Polyeder)의 모습을 반복해 언급한다”며 회칙 215항을 인용해 “다름이 공존해 때로는 논쟁과 불신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다름으로 서로 온전해지고 풍성해지고 서로를 밝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주교는 이어 “교황은 회칙을 통해 다름을 존중하고 기쁘게 받아들여 거기에서 풍요로움을 찾아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며 “특히 정치인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그렇게 된 사회적 조건들을 바꾸려고 노력해 모든 이를 통합하는 열린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님성서연구소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수석연구원은 ‘약자를 혐오하는 자, 하느님을 혐오하는 자’를 주제로 발표하며, ‘미워하다’를 뜻하는 히브리어 ‘사나’ 어근이 사용된 구약성경의 문장과 문맥을 신학적으로 분석해 고대근동의 문헌 가운데 구약성경이 독특하게 지닌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밝혔다.
주 연구원은 “구약성경이 혐오의 말이나 행위뿐 아니라 ‘혐오의 내면’, 곧 미워하는 마음 그 자체를 깊이 지적한다는 점은 현대 세계에서 신학만이 지적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고 교회의 혐오 방지 활동에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너희는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레위기 19장 17절을 소개하며 “혐오에 대한 성찰은 이 계명에서 최고점에 달할 것이며 교회의 실천적 성찰은 여기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리신학의 관점에서 혐오 문화를 다룬 가톨릭대 교수 방종우(야고보) 신부는 “회칙 「모든 형제들」은 인간의 공동체 의식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갈등의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현대 시대에 매우 의미 있는 회칙이라고 할 수 있다”며 “혐오에 반대되는 공동선과 연대성의 증대는 더 나은 세상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혐오 문화의 극복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진정한 사회적 대화’, ‘친절의 회복’, ‘평화를 위한 노력’, ‘진리를 위한 움직임’ 등을 회칙을 인용해 제시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