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말씀 안에서 신심을 살찌우며 새해를 시작하는 공동체들이 눈길을 끈다. 통독한 말씀의 의미를 SNS로 공유하고, 1년 365일 매일미사의 독서와 복음 전체 필사를 시작한 본당도 있다. 지난해 신약성경 필사로 구유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 한 본당 공동체는 올해 전 신자 구약성경 필사에 들어갔다.
서울 양재동본당(주임 최대식 요셉 신부)의 ‘밭에 묻힌 보물’은 요나 아빕 신부의 책 「영적 일기와 함께하는 내 하루의 성경」을 바탕으로 요한1서부터 신명기까지 신약과 구약을 365일 연간계획표에 따라 읽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7년 소공동체 모임에서 시작해 현재 전 신자 대상으로 참여 폭을 넓혔다. 해마다 200여 명의 신자가 참여하며 첫해부터 동참한 신자는 600여 명에 달한다.
매일 오전 7시 봉사자가 오늘 읽을 분량을 SNS 단체 대화방에 알리면 참가자들은 성경을 읽고 마음에 가장 와 닿는 말씀 구절을 당일 자정까지 대화방에 올린다. 성바오로딸수도회 유튜브 ‘신약성경 스케치’와 생활성가 유튜브 등 성경에 대한 배경지식을 담은 영상도 보조 자료로 활용한다.
프로그램은 한글반과 영어반,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80세 이상 어르신 대상 시니어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어르신들은 사진을 찍어 말씀을 올리거나 말씀 노트에 직접 적는 방법으로 참여한다.
밭에 묻힌 보물 대표봉사자 박성민(안젤라)씨는 “신자들이 성경을 자주, 가까이 접하고 일상의 삶도 말씀 안에서 묵상하고 있다”며 “1년 여정을 이어가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이듬해 다시 신청하는 분도 많고, 경기도와 부산, 제주, 멀리 미국의 타본당 신자들도 전체 참가자의 40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전했다. 본당은 성경 통독으로 와 닿은 말씀 구절을 1주일에 1~2회 함께 묵상할 수 있는 묵상 나눔반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 암사동본당(주임 최희수 프란치스코 신부)은 선교분과 주관으로 올해 1년간 ‘매일미사(독서, 복음)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본당은 90페이지 분량의 필사노트를 자체 제작해 첫 노트는 무상으로 지원하고 두 번째 노트부터는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신자들의 노트 구입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본당은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을 전후해 신청자들에게 노트를 배포했다. 내년 1월에 1년간 완필한 신자들의 노트를 전시하고 완필자 시상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서울 성산동본당(주임 정순오 미카엘 신부)도 대림 시기 첫날인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간 ‘매일미사 책 독서와 복음쓰기’를 한다. 10여 년 전부터 구역·반장을 중심으로 필사를 지속해 온 본당은 올해에는 주보 공지를 통해 전 신자를 대상으로 참가 대상을 확대했다. 본당은 1년간 필사한 노트를 제출한 신자들에게 소정의 선물도 전할 예정이다.
서울 광장동본당(주임 장혁준 요한 사도 신부)은 지난해 신약성경 필사에 이어 올해는 전 신자 구약성경 쓰기 운동을 한다. 신자들은 만남의 방에 비치된 대형 필사용지에 필사하며 ‘공동체가 함께 이어쓰기’에 참여하거나, 구역별 또는 각 가정이나 개인별로 자유롭게 필사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본당은 지난해 신약성경 전체를 필사한 신자 90명의 필사노트 410여 권으로 성탄구유와 트리를 꾸몄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