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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신앙교리부 선언 이후 한국교회 성소수자 모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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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신앙교리부가 지난해 12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받은 선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을 통해 가톨릭 사제들은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21년 “교회는 이성 간 결혼만을 인정하므로 동성 커플은 축복할 수 없다”고 밝혔던 교황청의 입장 변화에 한국교회 성소수자 및 앨라이(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사람) 신자들은 “교회를 향한 믿음과 기다림이 승리를 거뒀다”며 기뻐했다.

성소수자 신자들은 동성 커플이 축복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교회 내 성소수자들 존재가 보다 공론화되고 이들이 교회의 사목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데서 의미를 찾았다. 양성애자로 가톨릭 성소수자 모임 안개마을 미디어 담당인 빙엔(힐데가르트·가명)은 “우리가 성 정체성을 언급하면 신앙인이라기보다 성소수자라는 편견부터 작용해 그 의도를 단죄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동성애자인 제이(요한 크리소스토모·가명)는 “신앙인으로 살고 싶어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비(非)성소수자 행세를 했던 나 자신에게 환멸을 느꼈다”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질문만 쌓여갔었는데 적어도 터놓고 말할 곳이 생긴 기분”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신자들은 축복이 일부(동성애자)를 위한 것이며 전례를 통해 축복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교회가 그들과 동반한다는 자체만으로 큰 진전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빙엔과 제이는 “사회에도 섞여들기 힘든 성소수자들이 교회에서 포용 받을 수 있는 문이 열린 것과 같다”며 “아직 첫걸음이겠지만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큰 발전”이라고 역설했다.

앨라이 신자들도 성소수자들을 위한 교회의 변화에 희망을 표현했다. 성소수자들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는 점점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톨릭앨라이 아르쿠스 이전수 공동대표(라파엘·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는 “동성혼 인정 등은 끝내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교회는 고통받는 성소수자들이 맞닥뜨린 고립과 단죄의 어려움들을 해소해줄 수 있는 행보를 걸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앨라이 평신도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성소수자들이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드는 것으로, 이를 통해 아쉬운 것들이 개선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성소수자들과 함께하는 사제들은 성소수자들을 위해 교회가 힘쓰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부터 아르쿠스 월례미사 주례 등 성소수자들과 함께해 온 현대일(루도비코) 신부는 “교구 내 성소수자 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성소수자들을 위로하는 수도회나 신자들의 숨은 활동들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소수자들이 원하는 건 교리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회”라며 “그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동성애를 조장하는 신부’라는 등 근거 없는 비난도 당하지만, 교황님처럼 화합을 위해 계속 연대하겠다”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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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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