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문창우 비오 주교)가 편찬하는 고등학교용 종교 교과서 「삶과 종교」가 1월 주무 교육청인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교육감 최교진, 이하 세종시교육청)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삶과 종교」는 올해 세종시교육청으로부터 인정(합격)을 받으면 2025년부터 각 학교 종교 교과서로 쓰일 수 있게 된다.
교육위원회는 정부의 2022년 개정교육과정으로 가톨릭 중·고등학교 교장들이 가톨릭 종교 교과서 편찬을 요청함에 따라 「삶과 종교」 편찬에 착수했다. 가톨릭학교교육포럼(공동대표 조영관 에릭 신부·김율옥 안젤라 수녀)은 교육위원회 위탁으로 집필진과 연구진을 구성해 2023년 1월 교과서 개발을 시작했다.
교육위원회의 「삶과 종교」 편찬은 학교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가톨릭교회가 개발한 종교 교과서가 최초로 마련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가톨릭교회에서 개발한 종교 교과서는 특정 종교 편향성을 이유로 교육청 승인을 받지 못해 교과서로 쓰이지 못했다.
2015년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인정 종교 교과서도 세종시교육청에서 발행한 「종교학」 교과서뿐이었다. 「종교학」은 그 명칭대로 종교를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종교학 입장의 교과서였기에 학생들에게 가톨릭교회의 가치관을 충실히 전달할 수 없었다.
「삶과 종교」는 다양한 종교를 가톨릭적 시각으로 설명하는 한편, 비신자 학생들도 고려해 교리적 내용이 두드러지지 않는 방향으로 편찬됐다. 1단원 ‘인간과 종교’는 인간에 관한 근원적 성찰을 하는 가톨릭적 인간관에 따라 종교성과 영성을 주제로 한다. 2단원 ‘다양한 종교에 대한 이해’는 그리스도교 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유교, 불교, 도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의 경전과 교리, 세계관과 윤리적 실천을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가톨릭을 이해하는 필수 상식들을 전달하고 종교를 구체적 삶과 연결 지을 수 있게 돕는 내용도 담겼다. 3단원 ‘종교 문화유산’은 가톨릭 성직자가 입는 수단(soutane), 성당 건축 양식 등 생활문화와 예술에 담긴 종교적 측면과 종교가 인간 삶에 미친 영향도 탐색하며 자연스럽게 가톨릭 상식을 가르친다. 4단원 ‘변화하는 사회와 종교’는 공동선 실현 등 종교가 수행하는 공적 역할을 살펴보며 삶에서 종교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삶과 종교」가 교육청 승인을 받아도 종교 교과서로 널리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교육위원회는 우려하고 있다. 2022년 개정교육과정상 종교교육은 선택 교육과정이라 가톨릭계 학교에서도 종교 과목을 편성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필진 김경이 교수(클라라·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는 “학생들에게 가톨릭적 교육을 하겠다는 교사들, 입시보다 전인교육을 중시하는 학부모들 인식이 뒷받침되면 학교가 「삶과 종교」 과목을 편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종교를 삶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게 하는 교과서를 통해 종교 자체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학생들도 ‘종교 문해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