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이주노동자 3명 중 1명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닐하우스 안 컨테이너에 거주하거나 남녀 구분되지 않은 침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안전에 취약한 숙소에서 화재나 감전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샤워시설 내 곰팡이 등으로 건강상 문제가 우려되는 사례도 조사됐다.
파주노동희망센터는 ‘2023 파주시 거주 외국인 노동자 주거 실태조사’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았다. 설문조사는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과 의정부교구 파주 엑소더스의 외국인 공동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2023년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됐고, 모두 142명이 응답했다. 파주시 외국인 주민 수는 1만4679명으로 이중 이주노동자는 40(5894명)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출퇴근 방식은 사업장 내 거주가 89명으로 가장 많았고 도보이동과 기타, 대중교통이 뒤를 이었다. 숙소비를 내는 노동자는 56명, 공과금과 숙소비 모두 내는 노동자는 20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문항에 응답한 109명 중 숙소비 지불시 동의서를 작성한 외국인 노동자는 55명으로 50.5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통해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에게 숙식비를 사전 공제할 경우 동의서를 받는 것이 의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사업체는 절반에 불과했다.
주거 형태는 142명 중 61명(43)은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으며 주택 38명(26.8), 컨테이너 27명(19), 조립식패널 16명 순으로 조사됐다. 가설건축물에 거주하는 조사 참여자는 43명(3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을 살펴본 조사자들은 화재 등 안전과 소음에 취약한 사업장 내 숙소에서 생활하거나 단열과 화재에 취약한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협소한 가설건축물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전기배선이 노출된 목욕시설, 샤워시설 내부 벽면과 바닥에 곰팡이가 서식하는 숙소도 현장 조사에서 밝혀졌다.
파주노동희망센터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는 주거시설용 가설건축물(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을 불허하는 기존 법령대로 이주노동자들이 가설건축물에 주거하는 것을 금지하고 주거환경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중앙정부 주도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한계가 있으며 지역별 맞춤형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개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난민전담 김항수(파스카시오) 신부는 “체류자격에 대한 제한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좋은 주거를 선택하기 어렵다”며 “인간 세상에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도 이주민이자 난민으로 살았던 것을 기억하며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것에 그리스도인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