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어떤 모습의 예수님이 오실까’하고 기대하는 사도직을 살고 있답니다. 늘 들려주고 싶었던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미사가 열린다는 건 참 기쁜 일이에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 이하 센터)가 3월 21일 서울 노고산동 센터에서 봉헌한 첫 번째 ‘모퉁이 미사’. 이날 첫 초대 손님으로 함께한 조진선 수녀(예수의 소피아·성가 소비녀회)는 가난한 이들의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밥집 나눔을 하는 성가복지병원 ‘쉼터; Gaia’(이하 쉼터) 책임자인 조 수녀는 “때로는 공존하기 힘든 사람의 껍데기를 쓰고 오시는 예수님을 맞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그를 넘어선 인간애를 체험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모퉁이 미사는 이렇듯 사회적 약자들, 또 그들과 동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기획됐다. 모퉁이 돌처럼 조그마한 만남이지만 소외된 이들, 그들과 현장에서 함께하는 이들의 그간 말할 길 없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아픔,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나누는 미사다.
미사는 강론 없이 초대 손님의 이야기만을 온전히 경청한다. 미사에 초대되더라도 사제들 강론에 집중돼 발언권이 적었던 사회적 약자들과 동반자들이 더 밀접한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조 수녀는 “분열된 이 세상, 다양한 존재가 공존할 수 있길 꿈꾸며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도직 실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나누고 싶었던 소명은 “배고픈 이에게 그저 밥만 주는 차원을 넘어 조건 없는 환대로써 치유를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배고픈 예수님이 이렇게 사랑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오실 줄은 몰랐어요.”
‘진상’ 이웃들이 봉사자들에게 못되게 굴거나, 음식을 몰래 가져갈 때는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 수녀는 “자본주의 그늘에 놓인 상처받은 영혼을 본다”고 말했다.
가난 때문에 흐려진 판단력, 돈 몇 푼 때문에 떠밀려 나가는 혐오성 시위…. “분열시키는 사탄의 전술에 희생된 이들을 사랑으로 섬길 뿐”이라고 조 수녀는 나눴다. “삐졌다가도 화해하고, 곧 사랑으로 답하는 그들의 예수님 닮은 진짜 심성”을 본 것이다.
“어느 틈에 ‘내가 이분들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마음에 눈떴어요. 머리로 생각하던 사랑과 다른, 그 어떤 조건도 갈라놓을 수 없는 인간애였죠. 그 체험을 꼭 나누고 싶었어요.”
미사를 주례한 박상훈 신부는 “그간 조명되지 않던 더 다양한 이웃들, 또 그 동반자들이 미사에 모여 말 못 할 힘든 처지, 희망을 찾는 여정을 깊이 있게 나누며 연대의 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