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작전2동본당(주임 조용수 베드로 신부)이 마련한 초록가게와 로사(ROSA)카페는 신자들이 창조 질서 보전 활동에 보다 가깝게 느끼고 참여하도록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본당 생태환경분과는 모두의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에 따라 지난해 12월 가게와 카페를 열었다.
본당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신자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할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이끌기 위해 3년 전 생태환경분과를 신설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쓰이지 않게 된 옛 카페를 지난해 말 친환경 물품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카페로 새롭게 단장했다. 신자들이 친교를 맺는 장소로 쓸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대한 공동체적 관심도 넓히기 위해서다.
본당은 “나날이 뜨거워지는 지구를 위해 본당이 먼저 솔선수범하자”는 마음으로 가게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자그마한 생태적 움직임이더라도 신자들이 공동체를 이뤄 함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다 같이 실천하고자 올해 지역 거버넌스기구가 모집하는 탄소중립 기후시민 공동체로 자발적으로 신청해 선정된 것도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가게에는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친근하게 쓸 수 있는 친환경 물품들이 판매된다. 사탕수수 당밀로 만들어진 비닐과 천연 수세미는 생분해되기에 소각 시 탄소나 유해 물질을 적게 배출한다. 섬유유연제를 대신해 쓰이기도 하는 천연 양모는 건조기 작동 시 의류 먼지 제거와 다듬이질에 효과가 있다.
카페 안에 가게를 꾸며 친환경 소비에 대한 신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더라도 미사에 참례하러 성당에 온 김에 차와 담소도 나누면서 가볍고 자연스럽게 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희영(루치아) 분과장은 “소소한 소비 노력만으로도 생태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기쁨으로 한 번 구입했던 신자들이 계속 고정적으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직 시작 단계라 어려움도 많다. 저작권과 저촉되지 않는 환경 관련 이미지를 찾기 힘들어 홍보 자료를 만들 때도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도 천장 조명을 교체해 준 주임사제, “힘들지 않은지” 관심 가져 주는 본당 관계자들의 성원으로 힘을 얻고 있다. 김영일(베드로) 사목회장은 “가게와 카페가 신자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도록 사목회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단합된 응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임 조용수 신부는 “신자들이 모여 친교를 나누는 동시에 생태적 소비에 함께 관심을 갖게 되는 초록가게와 로사카페는 창조 질서 보전을 어려운 것으로만 오해하는 일반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곧 지역 사회와 연계된 단계별 환경 교육도 펼쳐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