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에서 평화를 지키고자 헌신하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계신 흑룡부대 여러분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장병 여러분이 지치지 않고 영적으로 힘낼 수 있도록 군종교구가 늘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는 4월 17일 인천 백령도 해병대 제6여단(여단장 권태균 준장, 이하 흑룡부대)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위문품을 전달했다. 이날 여정 중 서 주교는 건물 노후로 6~7월 철거와 신축을 앞둔 부대 내 흑룡성당(주임 안영근 다니엘 신부)도 방문해 성당이 신축될 부지를 축복하고 본당 공동체와 만나는 시간을 보냈다.
서 주교는 올해 1월 연평도 해역 포격 사건처럼 연이은 군사적 긴장 상태에 있는 서해 최북단 도서를 사수하는 흑룡부대 장병들의 신앙 전력을 고취하고자 2021년 교구장 취임 이래 처음으로 백령도를 찾았다. 인천에서 배로 4시간가량 걸리는 최전방 격오지(隔奧地)…, 뭍과 쉽게 왕래할 수 없는 장병들이 쾌적하게 병무를 수행하길 바라며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회장 이병지 프란치스코)와 함께 위문품으로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 1000여 개를 준비했다.
“군종병과는 평시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시에는 빛을 발합니다.”
이번 방문은 병무 환경 변화로 종교에 무관심해진 장병들에게 교구와 군종신부들의 존재를 알려 영적 무장을 돕는 목적도 있다. 서 주교는 권태균 준장과의 접견에서 “평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군종병과는 실제 전시 상황에서 장병들이 공포를 극복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영적으로 단단히 무장시키는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권 준장도 부대 전력을 높이는 데 군종병과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종교와 멀어진 장병들은 물론 신자 장병들도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성당 재건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 등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근무지에 있는 저희에게 교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니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접견에 이어 성당에서 열린 새 성당 부지 축복식에는 오후 2시 시간에도 신자 장병들과 그 가족들 10여 명이 참례했다. 물이 새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1991년 지어진 낡은 성당이 마침내 새로 지어진다는 기쁨도 크지만 “교구장 주교와 교구 사제들이 먼 길을 와줬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신자들은 목소리를 모았다.
본당 신자인 김영순(수산나)씨는 “‘한 손에는 총을 들었지만 다른 손에는 십자가를 든 가톨릭 군인임을 잊지 말아달라’는 주교님 말씀처럼 살아갈 힘을 얻었다”며 “새로 지어질 성당에서 본당 식구들과 더한층 영적으로 서로 격려하는 공동체를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