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학, 평화학, 인문학’.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워진 세 전공은 모두 가톨릭계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취업시장에서 수요가 많거나, 기업에서 선호하는 전공과는 거리가 있지만 인간다운 가치를 되찾고 진리를 탐구해 온 여정은 세상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생명윤리 석·박사 양성 기관으로 2007년 설립됐다. 생명윤리학, 생명문화학, 임상연구윤리학 전공 안에서 학생들은 성과 생명, 죽음의 이해, 부모됨과 출산 윤리, 과학과 생명, 사랑의 인문학 등의 수업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나간다.
특히 2011년 3월 개설된 임상연구윤리학은 석사 과정에서는 세계 최초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 마련됐다. 이로써 생명과학 연구에 있어서 연구윤리를 심의할 수 있는 인재양성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생명대학원을 통해 배출된 생명윤리 분야 인재는 196명에 달한다. 이들은 생명의 가치를 각자의 자리에서 구현해 내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는 성 유스티노의 이름을 딴 대학원이 2018년 3월 설립됐다. 그리스도교 철학을 추구하며 철학자로 살다가 순교한 유스티노 성인의 인문정신을 구현하고자 문을 연 유스티노자유대학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학 대학원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인문학이 경시되는 시대에 진리 탐구의 필요성에 공감한 교회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유스티노자유대학원에서는 한국과 동·서양 고전을 비롯해 동·서양 사상사, 문학, 예술, 인문사회학으로 구성된 2년의 교과 과정을 거친 이들에게 인문학 석사 학위를 수여한다. 한국 고전에는 한양대학교 국문과 정민(베르나르도) 교수가, 문학과 인생에는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와 현대 영성의 이해는 윤주현 신부(베네딕토·가르멜 영성연구소장) 등이 강의한다.
유스티노자유대학원 최원오(빈첸시오) 원장은 “가치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 시류와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영속적 진리와 인류의 오래고도 새로운 지혜를 치열하게 성찰하고 배우는 인문학 전당이 되고자 유스티노자유대학원이 설립됐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경시되고 있는 평화의 가치를 찾는 여정도 가톨릭대학교가 동행하고 있다. 2017년 인문평화학 융복합전공을 신설한 가톨릭대는 2021년에는 평화 전문인을 육성하고자 일반대학원 종교학과 세부 전공으로 평화학을 신설했다. 특히 종교학과 내에 평화학 전공을 둠으로써 평화라는 주제를 가톨릭 신학 및 종교학 기반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학문적으로 객관화 및 체계화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당시 평화학 개설에 힘썼던 최해영(성심수녀회) 수녀는 “‘평화’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한민족의 키워드가 되고 있지만 막상 학부 과정에서 ‘평화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없어 안타까웠다”며 "평화학을 공부하며 젊은이들이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사회 현상 저변에 깔린 갈등과 폭력을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