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 교구는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10주년을 맞아 기념일인 5월 29일 복자들을 기리는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욥 주교)는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콘솔레이션홀에서 124위 복자 시복 1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순교자들의 신앙을 따를 것을 다짐했다. 올해 기념미사는 구요비 주교가 주례하고,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특히 이날 미사에는 복자 윤지충과 정약종(아우구스티노) 순교자의 후손도 참례해 자리를 빛냈다. 아울러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축성·봉헌 5주년 축하식을 겸한 이날 미사에는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조성에 기여한 정관계 인사들과 교회사학자, 서울 순교자현양위 전현직 회장단도 참석했다.
구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윤지충 복자를 비롯한 124위 복자는 박해가 기승을 부릴 때 신앙을 지키신 분들”이라며 “복자들은 자기 목숨을 버리고 영원한 삶을 택하신 분들로서 신앙인에게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이어 “물질이 우선시되는 오늘날에도 신앙을 위협하는 도전과 장애물들과 싸우며 주님을 따르기 위해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염수정 추기경 역시 미사 인사말에서 “박해시기 순교터였던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다”면서 “과거에는 처형장이었던 이곳에서 우리는 희망과 용기를 발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사 중 서울 순교자현양위 부위원장 원종현(야고보) 신부가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과정을 정리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건축 작품집」을 염 추기경에게 봉정했다.
윤지충 복자의 8대손인 윤재석(지충 바오로)씨는 이날 미사에 참례한 뒤 “윤지충 복자의 후손으로 오늘 미사에 참례하게 돼 은총과 축복을 느꼈다”며 “순교 선조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살겠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는 복자 이양등(베드로)과 김종륜(루카), 허인백(야고보)을 기념하는 경주 진목정성지(담당 김용범 그레고리오 신부)에서 이날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감사미사는 진목정성지 내 허·륜·이 기념정원에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를 비롯해 4대리구 교구장 대리이자 진목정성지 개발위원장 최재영(시몬) 신부, 1대리구 교구장 대리 장병배(베드로) 신부 등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조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우리가 성지를 순례하는 이유는 순교자들의 믿음을 본받기 위한 것”이라며 “믿음을 지키기 위해 죽을 각오로 살았던 순교자들의 믿음을 생각하면서 우리도 그 믿음을 본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경북 경주시 산내면에 있는 진목정성지는 1838년 기해박해 이후 형성된 교우촌이 있던 자리다.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와 다블뤼 주교 등이 사목방문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세 복자가 이곳 범굴에 피신해 살다가 순교 후 묻혔던 장소이기도 하다. 오는 9월 28일에는 진목정성지에서 전 교구민이 참여 대상인 도보성지순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구대교구는 세 복자를 포함한 20위 순교복자의 시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주교구도 고창 개갑장터순교성지 외양간경당에서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주례로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1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개갑장터순교성지는 124위 복자 중 최여겸(마티아·1763~1801)이 순교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