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을 차기 세계청년대회 개최지로 발표한 지 1년을 맞이해 가는 시점에서 ‘2027 서울 WYD’(World Youth Day, 세계청년대회, 이하 서울 WYD) 본 행사를 주관하는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한국교회 준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간의 진행 경과를 알아보고 서울 WYD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 인터뷰를 통해 준비 상황과 주요 향후 일정을 들어본다.
서울이 2027년 WYD 개최지로 선정된 후 서울대교구는 한 달여 후인 2023년 9월 27일, 양주열(베드로) 신부를 위원장으로 하는 ‘2027 WYD 조직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신설하고 14명의 사제를 위원으로 임명했다. 여기서는 지역 조직위가 만들어 나갈 서울 WYD의 청사진이 제시됐다.
이어 12월 14일 ‘2027 서울 WYD 지역 조직위원회(L.O.C)-1단계’를 신설하고 위원을 임명했다. 위원장은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맡았고 산하 사무국 국장에는 양주열 신부가 임명됐다. 약 4단계에 걸쳐 확대 개편될 조직위원회의 첫 단계였던 이 과정을 통해 조직위 사무국은 WYD 사목 사무국·WYD 기획 사무국·WYD 법인 사무국 총 3개 부서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WYD를 단순히 하나의 행사로 치르는 것을 넘어서 준비 전 과정을 통해 젊은이 사목과 우리 교회, 더 나아가 사회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원의가 담겨 있다. 4월 11일 주교품을 받은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이날부로 2027 서울 WYD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소임을 받았다.
기도 운동도 가시화됐다. 지역 조직위원회 구성과 함께 올해 1월 23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 기도문(젊은이를 위한 기도)’이 서울대교구장 인준을 받아 발표됐다. 2월 1일부터는 서울 WYD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가 시작되며 기도를 통한 준비도 시작됐다. 모든 것에 앞서 가장 먼저 모든 신자가 마음을 모아 한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서울대교구는 기도를 요청하며 ‘사목자들에게 청소년·청년사목을 새롭게 활성화하는 기회가 되고, 청소년과 청년들은 교회 안에서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기초연구팀’ 활동도 눈에 띄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1월 25일 발족한 ‘기초연구팀’은 특별히 40여 명의 사제 수도자 젊은이를 포함한 평신도들이 소그룹으로 모여 WYD 준비와 젊은이 사목 방향과 핵심 가치에 대해 제안했다.
기초연구팀은 6월 22일까지 10차 모임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와 「한국천주교청소년사목지침서」를 읽고 ‘성령 안에 대화’를 통한 묵상과 나눔으로 WYD 비전을 제시했다. 모임은 시노드적 나눔과 모음 방식이기도 한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가지는 장점들을 깊이 체험하는 자리로도 의미가 있다. 이는 앞으로 사목 전반에 있어서 시노드적 방법론을 체득하고 훈련하며 시노드적 교회로 나아가는 길을 발견하는 계기였다.
사제와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임과 포럼으로 서울 WYD의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도 이어졌다. 4월 25일에는 서울대교구 내 수도회를 대상으로 한 WYD 설명회가 마련됐고 5월에는 세 차례에 걸쳐 WYD 사목 교구 사제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WYD와 사목 현실’, ‘어떻게 젊은이 사목의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WYD 사목 제언’ 등을 다루며 WYD 기획과 준비 과정, 대회의 실행과 프로그램 등에 관한 다양한 사목적 제언이 이뤄졌다. 앞서 4월 16~26일에는 서울대교구 사제 설문을 통해 WYD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6월 7일 사제성화의 날에는 행사 참석 사제들에게 이경상 주교가 WYD를 소개하며 사제단의 이해를 도왔다.
5월 22~29일에는 정순택 대주교와 이경상 주교를 비롯한 WYD 지역 조직위 관계자들이 로마 국제 젊은이 사목자 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를 방문해서 서울 WYD를 소개하고 리스본 경험을 전수받았다. 평신도가정생명부와 MOU도 체결했다.
한국교회는 지난 주교회의 춘계총회에서 2027 서울 WYD의 본 대회를 서울대교구가 준비하고,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종강(시몬)주교가 교구 대회를 책임지도록 결정했다. 지난 5월 17일에는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주최로 첫 교구 실무 책임자 회의가 열려 교구 대회 준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통상 세계청년대회는 본 대회 전 4박5일 또는 5박6일 일정으로 각 지역 교구에서 교구 대회를 연다.
◆ [인터뷰] 서울 WYD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
“한국교회 역동성·창의성 선보일 대회…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 될 것”
“두려워하지 마세요. 다 잘될 겁니다.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7 서울 WYD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가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준비와 향후 여정을 전망하며 밝힌 말이다.
이 주교는 지난 5월 23~25일 로마에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주최로 열린 국제 젊은이 사목자 회의 분위기를 예로 들며 “교황청을 비롯한 전 세계 교회가 2027 서울 WYD에 대해 많은 기대를 품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비가톨릭 국가, 비그리스도교 국가, 다종교 국가에서 처음 열리는 만큼 ‘평화’가 강조됐다”고 말한 이 주교는 “박해와 전쟁, 엄혹한 독재 시대 등을 극복해 온 한국에 WYD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비전 제시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다들 와보고 싶어 하고, 한국과 한국교회의 역동성 창의성이 모이고 선보여질 대회로 서울 WYD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잘될 것 같아요.”
이 주교는 세계청년대회가 ‘교황님의 행사’임을 강조했다. “2027 서울 WYD는 교황님이 직접 발표하시고 전 세계 젊은이들을 위해 가톨릭교회가 주재하는 것이기에 교황청 실무 부서인 평신도가정생명부와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 이 주교는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 직전 개최지 포르투갈 리스본총대교구, 모든 행사 역량을 축적하고 있는 교황청이 삼각 축을 이뤄 협력해 준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교회도 서울대교구와 주교회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주교는 “제27회 세계청년대회 개최지로 한국이 결정된 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씨를 심어놓은 기간”이라면서 “올 하반기에는 7월 28일 열리는 ‘2027 서울 WYD’ 발대식을 필두로 9월 24일 서울 WYD 주제 및 로고와 엠블럼 발표, 11월 24일 로마에서 WYD 상징물 인수인계식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막이 오른다”고 말했다. 특별히 ‘2027 서울 WYD’ 발대식은 교황청 관련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본행사 3년을 앞두고 전 세계에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공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WYD 상징물은 십자가와 성모자상 이콘인데, 십자가가 한국에 도착하면 대림 시기 동안 신자들이 철야 기도회 등을 통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만들고, 아시아 지역 순회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한 이 주교는 “계속해서 주님 성탄 대축일쯤에는 특별 모금 시작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기도입니다. 이미 교구 각 본당에서 묵주기도를 열심히 봉헌하고 있는데, 기관 단체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확산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WYD가 열리는 데 대해 이 주교는 “비그리스도교 문화권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다른 종교와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런 사회 안에서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이 인류와 한국사회에 기쁜소식인지를 증거하고 드러내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