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7월 25일 축일을 맞이하는 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이를 종착지로 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교적 의미의 성지 순례를 넘어 도전과 힐링의 길로서 여전히 한국인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 통계에 따르면, 2004년 15명이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한국인 순례자 수는 2019년 8000명이 넘었다. 지난해는 7563명으로 전체 국가별 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2513명인 2위 대만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인순이(체칠리아), 손미나 등 연예인과 방송인들의 순례 경험담도 끊임없이 전파를 타고 있다. 관련 TV 예능 프로그램들도 인기리에 방영됐다. 2018년 JTBC ‘같이 걸을까’와 2019년 tvN ‘스페인 하숙’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의 낭만과 매력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성 야고보 사도가 선교를 위해 걸었던 길로 알려졌다. 성 야고보는 지중해를 건너 이베리아반도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에 복음을 전파했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서기 44년에 순교했다. 그의 제자들은 성 야고보의 유해를 다시 갈리시아 지방으로 옮겨 왔지만, 시간이 지나며 행방을 알 수 없었는데, 813년 한 은수자가 별빛에 이끌려 성인의 무덤을 발견하면서 그 위에 성당이 세워졌다.
또 그 지역을 ‘별들의 들판’이라는 뜻의 ‘콤포스텔라’라고 지으며 도시 이름은 성인의 스페인식 이름인 산티아고를 더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불리게 됐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조개껍데기의 유래는 성인의 유해가 배로 옮겨질 때 조개껍데기에 싸여 손상되지 않았다는 전설에 의한다.
길이 약 800~1000km, 1인 경비 300만 원 이상,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내야 하는 힘든 도보 순례에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 완주한 엄휘영씨(사무엘·37)는 “처음 순례할 땐 내적 성찰과 성장,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고자 도전했다”며 “길에서 만난 한국 순례자들의 성취와 목표 달성에 대한 열정도 좋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인터뷰 - ‘카페 산티아고’ 운영하는 홍사영 신부
“기쁨과 평화 맛보는 순례길 널리 알리고 싶었죠”
“2014년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갔는데 가는 곳마다 한국 젊은이들이 있더라고요. 청년들은 노는 것만 좋아한다는 편견이 깨지면서 제가 위로를 받았어요. 그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질문을 할 때 이 길의 이야기와 문화유산에 대해 잘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22년부터 서울 합정역 인근에서 테마 카페 ‘카페 산티아고’를 운영 중인 서울대교구 청년·순례 사목 담당 홍사영(바오로) 신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사목 주제로 삼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찾아가는 사목의 일환으로, 비신자분들도 올 수 있는 접점으로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카페에서 ‘영상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인문학 강의’ 등의 행사를 열어 산티아고 순례길의 풍부한 문화를 알리고 있는 홍 신부. 홍 신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단순히 놀러 갔어도 끝날 땐 순례자가 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나와 걷는 옆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걷는다면 산티아고 순례의 목적은 완성된 겁니다. 사람이 좋은 걸 하나 맛보면 그게 현실에서 살아가는 힘이 되잖아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기쁨, 평화 등 ‘좋은 것’을 맛볼 수 있는 하나의 훈련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