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선종하실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겨 드리는 봉사잖아요. 가치 있는 일에 각자 재능을 모아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저희에게도 은혜였어요.”
7월 20일 오전 인천 고잔성당(주임 유승학 마티아 신부) 1층 홀과 미디어실이 본당 어르신 인생사진(장수사진) 촬영에 나선 봉사자들로 분주하다. 봉사자 15명은 최고의 모습을 담고자 메이크업, 헤어 세팅, 액세서리 코디, 안마, ‘분위기 메이킹’(웃게 해 드리기)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촬영 환경을 가꿨다. 그들은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어르신들의 선한 인생이 사진에 더 듬뿍 묻어날 수 있다는 게 보람차다”며 웃었다.
본당은 어르신 100여 명에게 ‘하느님께 선물받은 삶을 기쁘게 살아갔다’는 환희 가득한 모습의 영정사진을 남겨 드리고자 7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인생사진을 찍었다. 소성당에 납골당(몽은당)이 있어 늘 삶과 죽음을 가까이하며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게 되는 본당 특성을 생각한 사목이다.
홍명숙(아녜스) 선교분과장은 “선종 어르신 영정이 너무 어두워 장례식장 분위기가 무거울 때가 많았다”며 “유가족과 조문객에게 ‘저 환한 모습으로 하느님께 가셨구나’ 하는 부활의 희망을 전해 주려는 마음에서 공동체가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신자들은 자진해 재능기부를 할 만큼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사진가로 8년째 활동 중인 교우, 메이크업 및 눈썹 관리 전문 자격이 있는 교우, ‘누군가를 웃게 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는 교우 등 각자 다양한 탤런트를 봉헌했다. 두 사진가가 각각 홀에서 자연스러운 연출의 스냅사진을, 미디어실에서 밝고 차분한 장수사진을 촬영했다.
또 익살맞은 닭 인형을 들고 “웃어 보셔요~” 하는 분위기 메이킹 봉사자의 아낌없는 헌신에는 평소 무뚝뚝했던 어르신도 씩 웃으며 따뜻한 내면을 표정에 띄워 올렸다.
메이크업 봉사자 신옥(안젤라)씨는 “머리만 가볍게 드라이해 드려도 어르신들이 긴장이 풀리며 ‘덕분에 오늘 너무 예쁘게 나올 것 같아~’ 하시던 말씀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며 미소 지었다. 8년 경력 사진가 이재영(세실리아)씨는 “취미 삼아 배운 사진이 이렇듯 누군가를 사랑으로 섬기는 데 쓰인다는 게 얼마나 가슴 뛰는지 모른다”고 고백했다.
본당 주임 유승학 신부는 “교회는 지역 주민 센터 프로그램과 달리 어르신들이 교회 안에서 영성을 바탕으로 기쁘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노인들의 정체성과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는 사목에 신자들과 늘 한마음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