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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문화’ 유행 속 교회가 바라본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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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열풍과 함께 2024년 여름, 대한민국은 오컬트를 탐닉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을 담은 오컬트 영화들이 큰 인기를 얻고, 귀신 혹은 악마를 퇴마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무속신앙이나 종교의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한 공포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귀신을 쫓기 위해 ‘사도신경’ 기도문을 집안에 붙여 놨다는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하고, 가위에 눌렸을(수면마비) 때 주님의 기도가 도움이 된다는 소문도 구전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는 인간을 괴롭히는 악마의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교회는 악마가 존재한다고 단언한다. “우리의 첫 조상들이 불순명을 선택하게 된 배후에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유혹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질투심 때문에 그들을 죽음에 빠지게 하였다. 성경과 교회의 성전(聖傳)은 그 목소리에서 사탄 또는 악마라 불리는 타락한 천사를 본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91항)


성경 안에서 사탄, 악마, 마귀 등으로 불리는 존재는 사람에게 들어가 그를 통해 행동할 수 있다. 이러한 이들을 ‘마귀 들린 사람’, 혹은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 마귀 들림 현상은 구마(exorcism)의 대상이 된다. 준성사에 해당하는 구마는 마귀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공적인 권위를 가지고 청하는 기도를 말한다. 2014년 교황청은 성직자부 교령을 통해 국제 구마사제협회를 공식기구로 인정, 설립 당시 30개 국가 250명 사제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마사제」의 저자인 체사레 트루퀴 신부는 부마(마귀 들림)의 명확한 징후에 대해 ▲신성하거나 종교적인 것에 보이는 혐오감 ▲배운 적이 없는 언어 사용 ▲당사자의 나이나 신체 조건에서 나올 수 없는 괴력 ▲멀리에서 일어났거나 알려지지 않은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러한 증상에 대해 정신분열증 진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체사레 트루퀴 신부는 “부마를 식별하는 네 가지 징후, 특히 숨겨진 사실들에 대한 지식이라는 정신분열증과의 경계선은 엄연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아르헨티나에서 주교로 있을 때 구마사제를 초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악마는 하느님의 성전에 들어오고 불화를 조장하며 서로 반목하게 만들 수 있다”며 “유일한 방책은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준 길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악마가 인간에게 하는 소행은 부마뿐이 아니다. 집이나 사물, 동물을 통해 침입하기도 하고, 강박적인 생각이 맴돌게 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도록 조종하기도 한다.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되는 영화 속 부마자는 우리와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악마의 유혹은 생각보다 일상 가까이 들어와 있다. 악마는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고, 악행을 저질러 죄인으로 살아가도록 인간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는 악마가 벌이는 흔한 소행인 유혹의 대상이 된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 악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방법은 기도라는 무기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마태오) 신부는 지금 신앙인들에게 미치는 악마의 유혹에 대해 “요즘 현대인들은 행복의 조건을 소유와 물질에서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과 멀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어떤 삶을 선택할 때 더 행복한지 고민하고 신앙인다운 선택을 했을 때 우리는 악마의 유혹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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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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