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올해 5월까지 자살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가량 늘었다는 통계가 나온 가운데 자살 예방 및 자살 생존자들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자살 예방 활동을 펼치는 전문 기구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가 유일하다. 2010년 3월 설립된 센터는 가톨릭교회의 영성 안에서 자살 예방 교육, 캠페인, 유가족 돌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자살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 내 관계자들은 “교계 병원이나 생명 관련 단체에서 생명 운동 차원의 부분적인 활동은 있으나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이외에 자살 예방이나 자살 생존자 및 유가족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네트워크는 찾기 힘들다”며 “관심 있는 몇몇 이들이나 수도자들이 개별적으로 교육을 듣는 노력으로 사목 현장에서 상담 등 활동을 펼치는 정도”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자살 사망자 수는 총 6375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한 수치다. 이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결과로 생겨난 우울과 불안, 또 경제난 등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나 가계부채비율이 높아진 것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12월 유명인의 자살 영향으로 인한 모방 자살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1년을 기점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최근 4년간 감소세가 둔화했다. 2023년의 경우 자살 사망자 잠정치 1만3770명은 전년보다 864명(6.7) 증가한 것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살 예방 활동 교회 전문 기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가 유일
예방 대책 수립과 시스템 구축시
접근성 높은 종교기관 역할 중요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명을 수호하는 교회가 자살 예방 활동에 더욱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유명옥(마리아) 수녀는 “교회에서 자살 예방과 자살 생존자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이 생활 속에서 자살 예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의료적 측면에서도 자살 예방에 있어 종교의 역할이 크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제20차 학술세미나에서 ‘자살의 의학적 측면’을 발표한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강웅구 교수는 “자살 예방 대책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자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접근성”이라며 “이런 면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접근성이 높은 종교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유명옥 수녀는 “교회 관심과 교육 속에서 양성된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자살 예방 활동가들이 각자의 사목 현장이나 공간에서 자살 위기자 및 유족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돌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유 수녀는 “자살한 고인과 유족들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함께 기도해 줄 수 있는 교회 내 분위기와 자살자와 유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사회적 운동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인간 존엄과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도 절실히 요청되는 사목적 요구다. 서강대 이사장 우재명(도미니코) 신부는 “특별히 생명 교육을 통한 생명 가치와 고통의 영성적 의미에 대한 이해는 자살 예방의 필수적 요소”라고 말하고 “가족과 사회를 배반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자살 시도자를 돌보며 재발을 방지하는 본격적 사목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