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오세아니아 사목방문을 통해 소외된 이웃과 피조물에 대한 관심을 역설했다. 또한 그리스도인이 소수인 이 지역에서 종교간 대화를 통한 화합을 강조했다.
교황은 9월 2~13일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등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을 사목방문했다. 교황 즉위 후 가장 긴 사목방문 여정으로 이동거리가 3만km가 넘었다. 교황은 2일 로마를 출발해 13시간의 비행 끝에 3일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내렸다. 5시간의 시차까지 있어 피곤이 쌓인 상태였지만, 바로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나섰다. 교황은 이날 다른 일정 없이 쉴 예정이었지만, 주인도네시아 교황대사관에서 이주민과 난민, 고아, 노인과 병자들을 만났다. 교황이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도 변방으로 통하는 4개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장면이었다.
교황은 5일에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물론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크티크랄 모스크를 방문해 종교간 상호 존중을 서약하는 ‘이스티크랄 선언’(The Istiqlal Declaration)에 서명했다. 교황은 ‘이스티크랄 선언’에 “가톨릭과 이슬람 두 종교 구성원들이 폭력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자”는 뜻을 담았다.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 간 갈등을 피하자는 호소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경제개발로 인한 자연 훼손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의 생태환경 보전을 요청한 것이다.
교황은 ‘이스티크랄 선언’ 하루 전인 4일 자카르타 성모승천대성당에서 인도네시아 주교, 사제, 부제, 수도자, 신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복음 전파의 바람직한 의미에 대해 “사람들을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그리스도 신앙의 기쁨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티크랄 선언’과 같은 맥락이다.
교황은 이번 사목방문 목적지인 나라들이 ‘변방’인 만큼 가난하고 약한 자들이 소외되고, 보호받아야 할 자연이 훼손되는 현상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교황은 7일 오후 파푸아뉴기니 기술학교를 방문해 사회적 약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가톨릭신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제자가 되기 원한다면 가장 필수적인 것조차 결여된 곳, 도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버려진 지역, 가장 외진 농촌에서 그 일을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8일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레즈비에서 바니모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천혜의 자연을 내려다 보며 생태계를 보전하지 않는 행위를 “파푸아뉴기니의 많은 형제자매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을 앗아가는 악행”이라고 규정했다.
교황이 이번 사목방문에서 9일 포트모레즈비 존 가이즈 경 기념 경기장에서 청년 1만 명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 싱가포르에서도 청년들과 종교간 대화를 진행했다.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이 지역에서 청년들에 대한 애정과 큰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11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교황은 12일 스포츠허브 국립경기장에서의 미사, 13일 성녀 테레사의 집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로마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