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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의 ‘부캐’, 교회에 활력 불어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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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나 미디어에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부캐’(부 캐릭터). 유재석의 ‘유산슬’,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 등 연예인들이 다른 인물로 활동했던 일명 ‘부캐’가 대중들에게 재미를 이끌어 냈다면 사제들에게 생긴 부캐는 종교적 권위를 내려놓고 친근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청년밥상 문간에서 앞치마를 입고 김치찌개를 서빙하는 사장은 사제다. 청년을 위한 새로운 사도직을 고민했던 이문수 신부(가브리엘·글라렛 선교 수도회)에게 주어진 두 번째 캐릭터는 밥집 사장. 누구나 올 수 있는 식당이기에 신자가 아닌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문간에는 십자고상도 성모상도 두지 않았다. 이 신부도 식당에서 일할 때만큼은 로만칼라를 잠시 벗어 두고 인심 좋은 밥집 사장으로 변신한다.

 

 

청년들을 위해 단돈 3000원에 푸짐한 한 끼를 제공하는 문간의 영업방침은 굳이 십자가를 앞세우지 않아도 그곳에 들른 이들에게 복음의 따뜻함을 전하고 있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손님을 맞는 이문수 신부를 만난 청년들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고해성사를 청하기도 한다. 신자가 아닌 이들은 성당이 아닌 곳에서 그리스도의 가치를 체험하고 있었다.

 

 

이문수 신부는 “편하게 갈 수 있는 식당의 사장이 신부이니,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쉽게 다가와 종교적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가실 수 있는 것 같다”며 “밥집 사장으로 보낸 지난 7년이 제게는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한 시간이자 하느님이 청년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청주교구 신성근 신부(야고보·원로사목)가 은퇴 후 새롭게 찾은 캐릭터는 숲 해설사다. 평소 자연을 좋아했던 신 신부는 은퇴 후 신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성당에 국한됐던 그의 사목지는 이제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 전체로 확장됐다. 그의 복장도 달라졌다. 등산화를 신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백팩을 맨 사제가 전하는 자연 속 복음 이야기는 신자들에게 ‘살아있는 강론’으로 다가 온다.

 

 

인스타그램 팔로워수 6만2000명이 넘는 인천교구 모래내본당 주임 이용현(베드로) 신부의 부캐는 ‘법 아저씨’다. 유튜브 채널 ‘복음밥 신부의 마음곳간’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온라인에서 ‘힙한 신부’로 유명하다. 콧수염을 그리고 부캐로 변신한 이 신부는 행복해지는 법, 응원하는 법, 걱정하지 않는 법을 유쾌하게 알려준다. 또한 선글라스를 낀 법 아저씨는 ‘하느님을 볼 생각에 기쁨에 찬 몸짓’을 익살스럽게 풀어내기도 한다. ‘힙하다’, ‘함께 춤을 추며 성당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댓글들은 요즘 세대가 원하는 종교의 이미지가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종교의 의미를 시대에 맞게 풀어낸 이 신부의 부캐는 누군가에게 냉담을 끝낼 결심을, 누군가에게 가톨릭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용현 신부는 “교회가 근엄하고 딱딱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SNS상에서 신앙적인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낸 영상들을 올리게 됐다”며 “제 영상을 보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종교가 편해졌다거나 오랜 냉담을 끝내고 성당에 가셨다는 댓글들을 보면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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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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