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국제 행사를 잘 치러내 한국교회의 집합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이하 WYD) 개최 목적은 아니다. 서울 WYD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청년들을 환대하는 교회로 탈바꿈하려면 어떤 방향성의 준비가 필요할까.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김용해 요셉 신부)는 9월 27일과 28일 이틀간 대학교 다산관에서 ‘WYD와 한국청년’을 주제로 추계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은 한국교회 청년 사목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쇄신 방향을 경청·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발제·참석자들은 “성공적 서울 WYD 개최를 위해서는 세계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에서 기성세대와 현저히 다른 청년세대의 차이를 인식하고, 청년에 의한 청년의 문화를 교회 안에 정초할 철학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28일 ‘서울 WYD의 예상되는 문제’를 주제로 발제한 가톨릭대 철학과 신승환(스테파노) 교수는 ‘문화 지체’(Culture lag, 물질문화 발전 속도를 비물질문화가 따르지 못해 격차가 벌어짐) 현상을 제시했다. 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청년들이 절감하는 시대적 변화를 담지(擔持)해 낼 새로운 사유체계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사회는 성장 중심주의가 초래한 청년들의 문제를 여전히 성장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대책이라고 제시하는 저출산 정책만 봐도 청년들은 냉소조차 짓지 않는다”며 “교회에서도 청년들에게 하향식 권위주의 등 옛 패러다임을 강요하는 한 어떤 변화도 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청년세대의 현실과 사목적 전망, WYD를 향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한 오세일 신부(대건 안드레아·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와 정규현 신부(마르티노·예수회)도 “그럼에도 청년들이 제도 종교를 택하고 남아있는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신부는 “청년들이 신앙에 몰입하게 하는 건 조건 없는 환대, 성사적 동반을 선사하는 ‘야전 병원으로서의 교회’”라고 강조했다.
청년들도 ‘모두가 수평적 관계에서 맺는 느슨한 연대’를 원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심포지엄 중 열린 대담에서 청년 패널들은 “신앙 소양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스승이 제자 가르치듯 수직적으로 대하지 않기를, 팍팍한 현실에 짬을 내 교회를 찾는 우리에게 투신하라는 압박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담에 선행한 조사에서도 청년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성소 등 헌신의 문제에 있어서 실제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투신할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한 아젠다에 작은 공감만 가능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확장된 교회를 원할 뿐이죠. 또 누구를 평가하는 엄격한 잣대로서의 교회보다 앎을 삶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서로 지지하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어요.”
패널로 참석한 서강대 3학년 성유빈(에디트 슈타인) 씨는 “신조어 ‘진대’(진지한 대화)와 ‘필찾’(필요할 때만 찾는다)이 생긴 건 청년이 존재론적 대화를 원하고, 현실이 허용하는 때만이라도 신을 찾으려는 열망이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른들이 우리 상황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가 이뤄지면 WYD는 교회를 떠났던 청년들 신앙마저 굳건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장 김용해 신부는 “WYD의 주인공인 청년들 목소리를 경청하고 비전을 수립하는 마중물로서 심포지엄을 마련했다”며 “이 자리로써 기성세대가 미래 교회의 주역이 될 청년들에게 진심 어린 연대의 마음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1 2 3 4 9월 28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린 서강대 신학연구소 추계 심포지엄에서 청년 패널들이 한국교회 청년 사목과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주제로 한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주헌 기자